[쿠키뉴스=김정우 기자] KT가 스마트폰 배터리를 더 오래 쓸 수 있는 네트워크 기술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허를 찔렀다.
◇ KT, ‘C-DRX’ 전국망 적용으로 포문 열어
KT는 12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웨스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배터리 절감 기술 ‘C-DRX’의 전국망 적용을 알렸다 . C-DRX 란 데이터 연결 상태에서 스마트폰의 통신기능을 주기적으로 저전력 모드로 전환시켜 배터리 사용량을 줄여주는 기술이다.
이에 KT의 모든 LTE 가입자들이 별도의 단말 업그레이드 없이 배터리 사용 시간 증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실제 스마트폰의 LTE 데이터 송수신 주기를 줄이는 저전력 모드 전환을 통해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최대 45%(갤럭시 S8 기준) 늘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날 KT는 전국 각지에서 C-DRX 적용 여부를 확인한 테스트 결과를 공개했다.
C-DRX 기술은 KT의 독자 기술이 아닌 국제 LTE 표준 기관 3GPP에서 제정한 표준 기술로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도 이미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하지만 서울 강남·강북 지역을 비롯해 인천, 대구, 부산, 대전, 광주, 제주 등 KT가 테스트를 진행한 모든 일대 SK텔레콤·LG유플러스 네트워크는 C-DRX가 적용되지 않은 상태로 나타났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즉각 대응하고 나섰다. 이미 전국망 적용 준비가 완료된 상태지만 데이터 품질 저하 등의 이유로 한정된 지역에 적용하거나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5월 전국망 구축을 완료하고 수도권과 충청도 등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다만 KT가 테스트를 진행한 이달 초부터 신규 단말 출시와 관련해 순차적으로 기지국 업그레이드 작업을 시작해 해당 기지국의 C-DRX 기능이 비활성화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현재는 서울 광화문, 경기도 분당 일대 작업을 마치고 기능을 적용했다.
LG유플러스는 “네트워크 적용을 이미 완료해 상용 네트워크에서 기능을 제공할 수 있지만 배터리 절감보다 데이터 서비스 품질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활용하지 않고 있다”며 "향후 고객 요구에 따라 제공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 핵심은 ‘황금비율’…SKT 기준은 아직
KT의 C-DRX 상용화 핵심은 데이터 전송·차단 시간 간격의 비율이다. 기존에 C-DRX 기술은 저전력 모드 활성화에 따른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로 본격 적용에 한계가 있었다.
KT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연구를 통해 매 300밀리세컨드마다 10밀리세컨드 동안 데이터를 끊어 데이터 손실률 0.06% 이하를 구현했다. 1밀리세컨드는 1000분의 1초를 나타낸다.
이를 통해 동일 환경의 갤럭시 S8 단말에서 유튜브 동영상 스트리밍을 지속 구동할 때 서비스 품질 저하는 체감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배터리 지속 시간은 최대 10시간 36분에서 14시간 24분까지 늘었다.
반면 SK텔레콤의 경우 수도권과 충청도 일대에 C-DRX 기능을 적용했다고 밝혔음에도 이 같은 기준치를 제시하지 못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데이터 손실률 기준은 공개되지 않았다”며 "경쟁사 대비 ‘보수적인’ 기준을 잡고 있다"고 반박했다.
LG유플러스는 아직 C-DRX 적용을 검토하지 않고 있어 관련 기준을 설정하지 않은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KT가 소비자 편익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경쟁자 입장에서는 이미지 저하를 우려해 KT의 기준을 당장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입자 규모가 가장 큰 SK텔레콤의 경우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고, 반대 경우인 LG유플러스는 서비스 품질 저하라는 위험을 감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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