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전미옥 기자] 여성의 삶과 출산은 떼어 놓을 수 없는 주제다. 출산을 기점으로 많은 여성들이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 사회 구성원의 절반은 출산의 고통을 감내해왔다. 한국 사람들에게 젓가락질이 익숙한 것처럼 오랜 시간동안 이어온 문화에 대해서는 사회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공감대나 지식의 정도가 높은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출산에는 잘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
임신·출산을 경험한 여성 대다수가 “겪어보기 전에는 몰랐다”고 이야기한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산모는 출산에 대해 “난생 처음 겪는 고통”이라며 “상상이상”이라고 말했다. 왜 출산의 고통은 겪어봐야만 아는 것일까.
실제로 정규 교육과정에서는 분만과정의 세세한 절차나 출산 전후에 나타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자세하게 다루지 않는다. 학교에서 이야기하는 탄생의 순간은 정자와 난자의 수정과정에 국한될 뿐, 탄생 과정에서 겪는 고통은 관심거리가 아니다. 사회적으로 출산을 고귀하고 숭고한 것 또는 아름다운 것으로 추어올리지만, 정작 출산이 가진 위험에는 침묵하고 있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상세한 교육은 대개 임신과 출산을 앞두고 이뤄진다. 관련 서적에서 정보를 얻거나 병원에서 진행하는 산모 교육 참여 등이 대표적이다. 사회적인 이해나 공감대가 부족한 탓에 출산에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는 그저 숭고하고 아름답다고 이야기 될 뿐이다.
탄생은 숭고한 것이지만 산모들에게는 고통의 연속이다. 임신 중에는 산전우울증, 조산 등 다양한 위험요소를 무사히 넘겨야 한다. 출산 과정은 진통 외에도 유쾌하지 않은 절차들이 기다리고 있으며, 의료사고도 적지 않다. 얼마 전 산부인과 의사단체는 자궁 내 태아 사망이 산부인과 의사라면 누구나 경험할 정도로 빈번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출산의 고통이 아이를 낳는 순간만이 아니라 출산 이후에도 이어진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출산 후에는 골절, 빈혈, 기억력 악화, 직장질루 등 다양한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 아이를 낳고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어머니들의 이야기는 농담으로 간과될 일이 아니다.
이처럼 출산은 한 사람에게 있어 삶의 가능성을 제한할 만큼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배움의 기회는 여전히 적다. 또 출산으로 잃거나 얻을 수 있는 다양한 가치에 대해 심사숙고할 시간과 기회도 부족하다. 출산이라는 중요한 선택이 충분한 사전 정보 없이 이뤄지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민과 결단 없이 사회의 요구에 떠밀려 출산을 맞이하는 여성의 삶은 누가 보상할 수 있을까. 출산 자체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활발한 정보 교류가 필요한 때다.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