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막연한 통신 공약에 업계 부담 커지나

[문재인 대통령] 막연한 통신 공약에 업계 부담 커지나

기사승인 2017-05-10 15:02:48

[쿠키뉴스=김정우 기자] 19대 대통령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그가 내세운 통신 공약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 당선인이 내세운 통신 공약은 기본료 폐지, 단통법 분리공시 실시, 5G주파수 경매 시 가격 인하, 단통법 지원금 상한제 조기일몰, 잔여 데이터 이월‧공유 활성화, 공공와이파이 설치, 취약계층 위한 무선인터넷 요금 도입, 한중일 3국간 로밍요금 폐지 추진, 5G망 국가 투자 등이다.

이 중 가장 관심을 받은 부분은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다. 6000만 이상의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 요금을 1만1000원씩 할인하겠다는 내용으로 문 당선인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우상호 의원이 19대 의회에서부터 꾸준히 주장해온 내용이다. 우 의원은 기본표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기본료 폐지가 실현된다면 가계통신비 인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현실적인 방법이 부재한 가운데 업계에 부담만 키울 수 있는 ‘선심성 공약’이라는 지적이다.

먼저 6000만 이상의 이동통신 가입자에 기본료 1만1000원씩을 일괄 할인할 경우, 단순 계산하면 기존 대비 월 6600억원, 연 7조9000억원 이상의 부담이 업계에 돌아간다. 이는 국내 이통 3사의 연간 영업이익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이통3사가 호실적을 낸 것으로 평가되는 올해 1분기 SK텔레콤과 KT는 4100억원대, LG유플러스는 2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3사의 연간 영업이익 총 합이 4조원대 규모인 것이다. 유선과 인터넷, 콘텐츠 등을 사업을 제외하고 무선사업만 따로 보면 각사 모두 총 매출의 절반 이하인 1조3000~1조70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어 영업이익 규모는 한층 줄어든다.

통신 망 사업 성장 한계에 부딪힌 이통사들이 ICT(정보통신기술) 중심의 ‘탈통신’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점도 감안할 부분이다. 이통 3사는 지난해부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 중심 제품과 서비스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향후 이를 중심으로 성장 동력을 갖춘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시점에 기본료 폐지는 적잖은 부담으로 사업 구조 전환을 늦출 가능성도 있다.

실행 방법도 난제다. 현재 이동통신 요금은 과거와 같은 음성과 문자 위주가 아닌 데이터 이용료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구성인 만큼 구체적인 연구와 방안이 요구된다. 또 기본료 폐지를 강행해도 이통사들이 요금 체계를 바꾸는 것으로 효과가 상쇄될 가능성도 지적된다. 이 경우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다시 전가될 우려도 있다.

기본료 폐지 공약에 대해 녹색소비자연대도 “방법이나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며 “일괄 요금할인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정부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에 맞는 법률 개정이 필수적이며 민간기업의 산업적 피해가 발생하는 부분에 대한 재원 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단통법 분리공시도 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이다. 단말기 가격에서 제조사와 통신사 지원금을 각각 명시하도록 해 단말기 가격을 내려 소비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통신사보다는 단말기 제조사가 반기지 않는 제도다.

분리공시제는 2014년 단통법 개정 당시 미래부와 방통위가 제안했으나 제조사와 기획재정부 등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단말기 제조업계는 분리공시제가 단말기 가격 인하 압박 카드로 작용할 수 있지만 실제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제한적이라는 견해를 내비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서 단말기 가격을 인하하기보다 글로벌 시장 가격 방어에 힘쓸 가능성이 높아 실제 소비자 혜택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5G 국가 투자 공약에 대해서도 “한미 FTA로 인해 정부가 국영 통신사를 운영할 수 없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실현이 어렵다”고 녹색소비자연대는 지적했다. 또 기존 LTE 대비 훨씬 많은 기지국 등에 대한 구축 방안과 재원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녹색소비자연대는 문 당선인의 통신 공약 전반에 대해서는 “국민의 통신비를 정부가 깎아주겠다는 방향성은 명확하나 그에 따른 제도 개선 방안이나 재원 대책이 전혀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포퓰리즘적인 반쪽짜리 공약’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ICT 산업 발전의 큰 축인 이통사에 재무적인 부담이 커질 경우 새로운 기술 도입을 위한 장비 구입부터 소비자 서비스 개발, 마케팅 등에 적극성이 떨어져 관련 업계와 시장 전체에 침체를 야기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tajo@kukinews.com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김정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