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의 꽃, 의류MD]② ‘패션은 롯데’ 슬로건 걸고 LBL 만든 이민영 팀장

[홈쇼핑의 꽃, 의류MD]② ‘패션은 롯데’ 슬로건 걸고 LBL 만든 이민영 팀장

[인터뷰] 롯데홈쇼핑 이민영 팀장

기사승인 2017-05-18 10:21:45

[쿠키뉴스=구현화 기자] LBL을 만든 이민영 롯데홈쇼핑 패션팀장은 의류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의류 전문가다. 그녀가 손수 만든 브랜드 LBL이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그녀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름부터 원단까지 꼼꼼히 다 고른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이미 의류회사와 홈쇼핑에서 브랜드를 기획하고 론칭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해 왔다. 그런 그녀가 그동안 노하우를 총집결해 LBL을 만들었다. 롯데로서는 첫 자체 PB(Private Brand)다. 이 팀장은 LBL을 소재 중심 브랜드로 안착시킨 후에 나중에는 다양한 생태계까지 확장할 꿈을 갖고 있다. 인터뷰 내내 그녀가 막힘 없이 논리 정연하게 내어 놓는 말 속에는 배짱과 카리스마가 엿보였다. 

-LBL이라는 브랜드를 소개한다면. 

=2016년도 브랜드 론칭을 했고 9월 24일에 정윤정 쇼호스트를 통해 특집방송 3시간 동안 브랜드 오픈을 했다. 롯데홈쇼핑이 만든 최초의 자사개발 PB다. 

최초라고 말씀을 드린 게 라이센스가 있는 게 아니고 이름과 콘셉트부터 정한 PB다. 그리고 진행하는 모든 옷을 롯데홈쇼핑이 개발하고 생산까지 해서 직접 사들여서 완성품을 만들어 진행한 최초의 브랜드다.   

-처음부터 의류 MD로 시작하셨나. 홈쇼핑 MD와 다른 점은. 

=그렇다. 10년 이상 의류회사에서 근무를 하다가 홈쇼핑으로 옮겼다. 의류 회사에서도 TNGT 우먼이라는 여성 브랜드 론칭을 했던 적이 있고 전 직장인 GS홈쇼핑에서는 '쏘울'이라는 디자이너 PB 브랜드도 론칭을 했었다. 

MD 업무의 다른 점이라면 홈쇼핑에 있는 MD분들은 운영 능력이 뛰어나다. 옷을 어떻게 만들어서 어떻게 팔지를 계획한다. 그런데 보통의 의류회사 MD들은 상품에 대한 기획개발을 하고 재고에 대한 책임까지 진다. 옷을 선택하는 앞단의 과정, 단가에 대한 부분, 생산 공정에 대한 부분,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제조에 대한 부분을 안다. 

개인적으로 옷을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는 알지만 홈쇼핑에서 어떻게 파는지는 몰랐다. 저는 홈쇼핑에 와서 운영 부분은 습득을 한 케이스다. 옷을 만들고 재고까지 처리하는 MD는 제가 거의 초기였던 것 같다. 

-LBL을 론칭하실 때도 경험들이 분명히 도움이 되셨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론칭의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다양하게 챙겨야 할 것들이 많이 생긴다. 이런 때 뭘 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잡히면 업무의 범위가 좀 넓어진다. 론칭을 겪으며 제 스스로 조금씩 많이 컸다는 느낌이 든다. 

론칭하려면 하나부터 열까지 MD들이 많이 챙긴다. 론칭 전날 매장에 옷을 까서 걸고, 어떤 형태로 돈이 들고, 수익이 날려면 어떤 구조여야 하고, 판매하는 사람은 적정인원이 몇 명이다, 이런 부분까지도 생각한다. 옷만 하는 것보다는 구체적인 유통까지 생각하는 것은 다를 수 있어서 론칭이란 경험은 반드시 필요한 것 같다. 

-홈쇼핑 MD로서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홈쇼핑은 생각보다 더 챙겨야 하는 게 많다. 제품을 만드는 것에서 끝나서 판매하는 사람에게 넘기는 개념이 아니고 내가 그대로 받아서 판매를 하고, 재고를 소진하고, 남은 재고를 폐기까지 해야 한다. 

특히 론칭 같은 경우에는 말그대로 영상, 촬영 스텝, 그 다음에 방송까지 신경을 쓴다. 옷걸이 색은 어떻게 할지, 옷은 행어에 걸지 토르소에 걸지, 쇼호스트 멘트를 어떻게 할지, 어느 때 어느 영상이 필요할지, 고객에게는 어떻게 응대를 해야 할지, 신경을 쓴다. 결국 고객에게 보이는 모습까지를 고려하면서 지금 의사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의사결정도 고객 중심적으로 의사결정하는 것인가. 

=그렇다. 컬러 같은 경우도 예쁜 것만이 아니라 화면상에서 구분되는 컬러인지, 그리고 빛을 받았을 때 조직감이 잘 보일 수 있는 것인지. 그런 것까지 고객들까지 생각하면서 준비를 해야 하는 거라서 더 디테일하고 강력하다. 

또 사전에 꼭 해야 하는 작업이 있다. 실제로 개발 단계에서 타깃인 45~55세의 66~77사이즈 분들에게 입어 봤을 때 나쁘지 않아야 한다. 그걸 입은 사람들이 괜찮은 거 같다거나 "평소에 입던 것보다 약간 더 예쁜 것 같아요" 라는 말을 들어야 한다. 

고객을 염두에 둔 의사결정이 사전에 이루어진다. 의류회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리 고객은 입었다가도 반품을 언제든지 100% 할 수 있는 고객이기 때문에. 그런 분들의 마음이나 입장에서 생각을 해 보아야 한다. 

-LBL같은 PB브랜드가 만들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품 차별화다. 홈쇼핑이 업그레이드되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비즈니스의 변화 요소인 것 같다. 돈도 많이 들고 노력도 많이 들고 선투자를 해야 하니까 회사는 리스크가 커진다. 그런데 홈쇼핑은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 비슷한 뱅뱅바지 3종을 홈쇼핑 채널에서 다 같이 팔아서는 나눠먹기밖에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채널을 틀 때 이 채널에서만 나오는 옷이 있어야 한다. 기존에 출시 안 됐던 옷이 나오고, 백화점에서 봤던 옷이 나오고. 이런 식으로 차별화를 둬야지만 1위 싸움이 심화되고 있는 홈쇼핑에서 살아남는다고 업계에서는 생각하는 것 같다. 차별화하려는 이런 흐름은 CJ쪽에서 7~8년 쪽에서 왔었고, GS에서 5년 전쯤에 왔었고, 롯데에서 2~3년 전부터, 최근에는 현대가 그런 흐름을 받아들이는 게 도미노처럼 가고 있다. 

-LBL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브랜드로 여겨지고 있다.

=제가 판매했던 옷을 정말 길거리에서 많이 본다. 식당 같은 곳에서도 많이 본다. 신세계 강남점의 식품코너를 자주 간다. 가는 이유는 타깃 고객들이 거기 모여 있기 때문이다. 고급스러운 브랜드를 많이 입고 계신다. 신세계 강남점 폴바셋, 거기에서도 제가 팔았던 옷을 보는 경우가 많이 있다. 제가 가는 장소에서 저희가 파는 옷을 볼 때 성공했다고 많이 생각한다. 실제로는 저는 수치를 다루기도 하니까 수치상으로 나쁘지 않아서 그렇게 생각한다. 

-LBL을 기획하면서 어려웠던 부분은. 

=재고다. PB 같은 경우는 퍼센트가 작다. 보통은 다 위탁판매라 재고가 있을 이유가 없는 회사인데 재고는 한 장이라도 재고니까. LBL 같은 경우에는 초초초 고가다. 아무리 캐시미어 3종 세트라고 해도 50만~60만원짜리 옷을 판다. 짧은 시간에 고객에게 50만~60만원 하는 상품을 사게 해야 한다. 비싼 옷이니까 설득이 많이 필요하니 시간을 많이 줄게, 이런 게 안 된다. 우리는 공평한 게임이니까.

-고가 브랜드를 파는 것은 다른 브랜드를 파는 전략과 조금 다른가. 

=고객에게 고가의 상품을 어필하는 분명한 스킬이 필요하다. 실적이 잘 안 나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고가 브랜드 가성비가 높은 고가 상품을 파는 데에는 우리 회사나 다른 회사들도 조금 더 노하우가 더 필요하다. 백화점에서는 당연한 스킬인데 우리는 아직 그걸 할 수 있는 스킬이나 쇼호스트들의 스킬이 아직 없다. 다 잘 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걸 어필해야 할 것인가를 치밀하게 고민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 소재나 감촉. 소재에 대한 것, 비싼 것에 대한 명분을 드려야 하는데 첫 번째가 소재였다. 두 번째가 오리진 밸류(Origin Value)라고 하는 것. 대구 사과 같은 것처럼. 현지에 대한 프리미엄을 주는 것이다. 고가를 판다는 것은 쉽지 않은데, 잘 알지 못하는 브랜드면 고객이 사지 않는다. 

초반에 고객들에게 인지를 하기 위해서는 LBL이라는 이름보다는 캐시미어, 유럽 밍크라고 얘기했다. 고객이 LBL이라는 브랜드를 알기 전에 소재에 대한 네임밸류는 안다. 금은 얼마고 은은 얼마고, 상식적인 가격선이라는 게 소재에도 분명히 있다. 소재에 대한 고객의 인지선을 먼저 건드렸다. “밍크를 이 가격에?” “LBL이라는 브랜드는 이런 거야.”하고. 이런 식으로 첫 번째로 소재를 얘기했고, 두 번째로 오리진 밸류를 얘기했다.

-아직은 LBL이 발전 단계에 있다고 보나.

=아직은. 2시즌이라 그렇다. 소재를 통해 한번 더 푸시를 더 해야 한다. 이제 3년 정도 되니까 LBL을 보고 사는 고객들이 생긴다. LBL로 검색을 하신다거나. LBL에서 캐시미어 샀는데 좋았다, 그래서 올해 하나 또 다른 컬러로 산다는 고객들이 늘었다. 작년 것은 어땠는데 올해는 어떻다, 이런 고객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렇게 LBL의 네임밸류가 좀 단단해지면 나중에는 소재 인지도와 네임밸류가 비슷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LBL이라는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이 너무나 많지만, LBL이 좋은 제품 만든다는 네임밸류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쟤네 괜찮아, 비싼 브랜드야." 이렇게 역전이 되면, 네임밸류가 생기게 되면 저희가 조금 더 포인트가 달라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른 것도 시도할 수 있겠다. 

=저희 브랜드는 소재 밸류 브랜드라는 게 아이덴티티이기 때문에 버릴 수 없는데, 이제부터는 다른 소재를 집어넣을 수 있겠다. 정말 LBL 네임밸류가 생겨서 많은 고객이 알게 되면, 여름에 이집트산 수피마 면 티셔츠 같은 것을 내는 날도 올 것이다. 로로피아나 같은 것은 면 티셔츠만 해도 몇십만원이다. 저희가 정말 잘 됐을 때의 생각이다. 

브랜드력이 생기기 전까지는 브랜드 끌고 갈 수 있는 뭔가가 분명해야 하고, 브랜드가 되면 다른 걸 해서 브랜드의 확장성, 다양성을 넓혀 갈 것이다. 이마트 노브랜드가 그런 확장성 측면에서 브랜딩을 잘 했다고 생각한다. 

-최근 LBL에 더 가미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경쟁브랜드가 있다면. 

=경쟁하는 브랜드라고 하면, 브랜드 네임밸류의 가성비를 극대화한 브랜드들이 온라인 쪽에 있다고 본다. 타임이나 마인이 우리 타깃이 되진 않는다. 아웃풋은 옷이지만 전개 방식이 전혀 다르다. 가성비를 잘 표현한 브랜드들 이야기다.

온라인 쪽이나 해외 쪽은 이런 걸 보면 다양한 가성비들이 있다. 네임밸류의 가성비라고나 할까. 디자이너와 콜라보나 아니면 아티스트와의 콜라보를 해서 모든 에코백에 로고를 박으면 1만원짜리가 5만원이어도 어색하지 않은. 그런 것들을 닮고 싶고 타깃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브랜딩에 더 신경을 쓸 것인가. 

=처음에는 가성비 자체에만 초점이었다. 커다란 흐름이었고. 저희 롯데에서는 자체 브랜드가 거의 없어서 스타트가 필요했었다. 그러나 가성비라는 흐름 내에서도 소재에 대한 가성비만 있지 않다. 감도에 대한 가성비도 있을 수 있다. 면티에 로고 박았을 뿐인데 7~8만원의 티셔츠가 불티나게 팔린다면 그건 로고나 뭔가의 네임밸류의 가성비가 있을 터다.

기존에 돈을 많이 쓰거나 시간과 연예인을 통해서 하는 브랜드가 아니고 스토리로 컨텐츠로 풀어가는 브랜드, 브랜딩일 수 있겠다. 스토리를 가성비라고 인식하는 것도 큰 흐름이다. 가치소비, 개념 있어 보이고 싶은 것도 고객의 소비성향이다. 그 흐름이 온라인에서 곧 오프라인으로 올 것으로 본다. 

-롯데홈쇼핑의 패션 쪽 전략은. 

=저희 같은 경우는 변화의 과도기는 2년 전에 겪어서 한 번 업그레이드가 됐다. 2014년도부터 사람들을 많이 들여오고 인큐베이팅하고 작년부터 제가 봐도 패션 쪽에서 많이 바뀌었다. 2014년부터 했던 노력의 변화가 2015년도 하반기부터 많이 왔다. 지금 보면 저희 홈쇼핑 여름상품이 잘 된다. 백화점 상품과 섞어 놨을 때 잘 구별이 안 될 만큼 잘 되는 단단한 브랜드들은 가격경쟁력과 상품과 질적인 부분들이 많이 성장했다고 본다. 

-앞으로 변화와 관련한 계획이 있다면. 

=앞으로 백화점의 세컨브랜드처럼 입점을 한다든가, 홈쇼핑에서 있어 왔던 브랜드들을 업그레이드한다든가 거기에 더해서 새로운 컨텐츠가 들어올 것이다. 롯데홈쇼핑은 아직 디자이너 브랜드나 아티스트와 콜라보한 적도 없었고, 디즈니 캐릭터의 로고 협업이 들어온 적도 없었다. 더 업그레이드할 것이다. 이제 살짝 궤도를 올렸는데 확 바뀌었다는 얘기를 듣기 위해서는 안 해본 것을 해야 한다. 

제2의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는 시점에 있다. 캐나다 구스 등 핫한 상품을 직구해서 이슈화해서 한번 방송을 한다든가 하는 것 말이다. 이런 식의 재밌는 요소들이 없었다. 핫한 상품이 들어와서 이슈화될 거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회사에서 여기에 관심이 많아서 지시가 더 많다. 

-LBL브랜드 중 추천 상품은. 

=올해 하반기에 나올 상품이다. LBL 하면 캐시미어다. 캐시미어에 몸이 닿은 사람들은 울로 회귀하지 못하고 다른 것을 입을 수가 없다. 캐시미어 라인으로 홀가먼트 캐시미어 니트를 준비하고 있다. 홀가먼트로 100%를 하는 건 저희 옛날 상품 중에 있었는데 그때도 거의 다 팔았다. 이번에 니트의 끝판왕을 볼 수 있을 것이다.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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