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구현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여야 5당 원내대표와의 오찬에서 헌법 개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거듭 나타냄에 따라 정권 초반부터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과거 정권에서는 임기 초반 국정 운영의 동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개헌 이슈를 띄우지 않았던 게 보통의 경우였지만, 이번에는 대통령이 직접 개헌 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문 대통령은 전날 5·18 기념사에서 개헌을 언급한 데 이어 이날 청와대 오찬에서도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맞춰 헌법을 개정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오찬에서 "스스로의 말에 본인이 많은 강박관념을 갖는 사람"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강한 개헌 의지를 강조했다.
제1야당인 한국당을 비롯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 야권은 개헌 추진에 적극적인 입장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문 대통령의 뜻에 보조를 맞추고 있어 개헌 논의 여건이 조성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겸 당 대표권한은 이날 오후 YTN 라디오에서 "(국회 합의가 안 될) 경우에 대비해 필요하다면 국회 개헌특위와 보완한다는 측면으로 정부에서도 개헌 준비를 할 수 있다는 말씀을 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개헌 논의의 핵심인 권력구조 방향에 대해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여·야·정이 과연 합의를 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관건이다.
당장 개헌안을 마련할 주체가 청와대인지 국회인지를 두고 여권과 야권 간의 미묘한 입장 차이가 존재한다. 한국당·국민의당 등 야당에서는 대선 직전까지 논의가 활발했고 상당 부분 합의를 도출했던 국회 개헌특별위원회에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국회가 그렇게 한다면 정부에서 특위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도 "아직 여론 수렴 과정이 미진하지 않은가 생각이 들고, 또 국회의원과 국민의 개헌 방향이 꼭 같지 않을 수 있지 않으냐"고 답했다.
이날 오찬에서는 권력구조 문제와 맞물려 있는 선거구제 개편 문제도 개헌 과정에서 함께 논의돼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만일 내년 6월까지 권력구조 방향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정치권에서 합의가 완료된 수준만큼만 개헌 논의를 마무리할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일단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이날 "기본권 강화라든지 지방 분권 개헌에 관해서는 합의에 이를 수 있지 않겠느냐. 그때까지 합의된 부분만이라도 개헌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헌 추진 시 문 대통령의 공약 일부도 불가피하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대해 "만약 행정수도 이전 관련 개헌이 이뤄져 수도가 옮겨간다면 '광화문 대통령 시대' 공약에 대한 여러 가지 검토를 해보겠다"라고 오찬 참석자들에게 밝혔다.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담겠다'라는 문 대통령의 공약도 개헌 논의 과정에서 이념논쟁 성격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여당인 민주당과 호남을 지역기반으로 한 국민의당은 이에 찬성하는 반면 한국당은 이를 '합의되지 않은 사항'이라 규정하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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