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구현화 기자] 면세점이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하고 있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칭송되었던 것을 고려하면 격세지감이다. 사드 배치로 중국 단체관광객 발길이 뚝 끊기면서 기존 면세점은 영업에 허덕이고 신규 면세점은 오픈을 연기하고 있다. 심지어 면세점을 떠넘기려고 옥신각신하는 사태까지 나오고 있다. 이 와중에 면세점 수수료는 높아지면서 업계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동화면세점 사건을 보면 면세점이 얼마나 애물단지가 되었는지 알 수 있다. 몇년 전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은 신라호텔로부터 자금을 빌려 쓰면서 자신이 갖고 있던 동화면세점 지분을 담보로 내걸었다. 돈을 못 갚으면 동화면세점 지분을 넘겨주는 조건이었다. 시간이 흘러서 갚을 날이 다가오자 김 회장은 돈 대신 동화면세점 경영권을 가져가라고 했지만, 호텔신라는 경영권은 필요 없고 돈을 갚으라며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동화면세점이 중견중소기업으로 분류돼 대기업인 호텔신라가 사업을 영위할 수 없는 데다 업황이 안 좋아 면세점이 예전만큼 못하기 때문이다.
국내 1호 면세점인 동화면세점은 그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루이비통 등 명품들이 철수하는 등 영업난을 겪어 왔다. 이번 영업권을 아무도 가지지 않으려는 신경전도 이런 이유에서 벌어졌다는 후문이다.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신규면세점은 그 피해가 더하다. 두타면세점은 최근 루이비통·에르메스·샤넬 등 명품 브랜드 유치에 난항을 겪으면서 면세점 업장 규모를 축소했고, 새벽 2시까지였던 영업시간도 12시로 줄였다. SM면세점도 지난달에 지하 1층 영업을 중단해 지상 1층~4층으로 줄인 상태다. 손님이 그만큼 없기 때문이다. HDC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그나마 입점 위치가 좋아 흑자 전환을 하는 등 선방하고 있지만 한창 업황이 좋을 때의 예상수익보다는 떨어진 수준이다. 신규면세점보다는 덜하지만 절대 관광객 수가 줄어들다 보니 업계 1위 롯데면세점이나 신라면세점도 줄어든 중국 관광객의 타격을 받고 있다.
이러다 보니 아르노 LVMH 회장이 내한했음에도 유통업계 CEO들이 예전만큼 모시지는 않는 않은 온도가 느껴진다. 면세업이 예전만큼 높은 수익을 창출해 주지 않고 유지비용만 커지는 상황에서 악재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면세업 자체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면세업계는 최근 특허수수료를 기존 매출 0.05%에서 매출 1조원이면 10배인 0.5%, 1조원을 넘을 경우 1%로 20배가량 키우는 정책에 반발하면서 지난달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손님은 안 느는데 면세업 수익은 줄면서 업계가 뿔난 것이다. 진정으로 격세지감이다. 미운오리 새끼 면세점이 언제 부활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큰 손' 중국의 태도를 엿보고 있는 우리의 신세가 조금은 처량해 보인다면 너무 감상적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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