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 개방 동참한 KT, 속내는 씁쓸?

와이파이 개방 동참한 KT, 속내는 씁쓸?

기사승인 2017-06-13 05:00:00


[쿠키뉴스=김정우 기자] KT가 문재인 대통령의 통신 공약 중 하나인 와이파이(WiFi) 개방에 동참했지만 달갑지만은 않은 표정이다.

지난 11일 KT는 전국 10만개 규모의 와이파이 AP(엑세스포인트)를 전국민에게 8월 중 개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 또는 LG유플러스 가입자도 KT 와이파이에 접속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KT는 편의점, 백화점, 대형마트, 버스정류장, 주유소 등 일상생활과 밀접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생활편의시설부터 관광지, 문화시설 등 데이터 이용이 많은 장소를 중심으로 개방해 국민 데이터 통신비 절감에 기여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반 와이파이 대비 3배가량 빠른 ‘기가 와이파이’ AP도 기존 8만개에서 연말까지 10만개로 늘릴 계획이다.

이에 시민단체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이하 녹소연)은 “KT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녹소연은 국내 이통 3사 상용 와이파이 AP 중 공공 와이파이는 7.3% 수준에 불과하다며 국내 최대 와이파이 보유 사업자인 KT의 개방을 촉구한 바 있다.

미래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국내 이통사 상용 와이파이 AP는 40만6021개로 KT가 18만9790개로 가장 많고 SK텔레콤은 13만7091개, LG유플러스는 7만9140개로 나타났다. 공공 와이파이 AP는 총 3만개 수준이다.

이를 근거로 녹소연은 “국가지도통신망, 국가재난망사업 등 정부의 핵심 통신망을 구축·운용하는 통신 사업자인 KT가 와이파이 AP 개방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가 2012년부터 와이파이 AP를 개방하고 있으며 SK텔레콤도 최근 공공 와이파이 1만개를 포함한 8만개 AP를 타사 가입자에게 무료 개방한 만큼 KT도 발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KT는 “이통 3사 중 와이파이에 가장 많은 투자를 들여 가입자 서비스 품질을 높였고 이것이 KT의 ‘차별적 경쟁력’ 중 하나”라며 난색을 표했다. 무조건적인 와이파이 개방은 자사 가입자들에 대한 서비스 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논리다. KT는 가장 많은 와이파이 AP를 보유했을뿐 아니라 264건의 관련 기술 특허를 바탕으로 투자를 지속해 왔다.

이처럼 서비스 품질을 이유로 한 발 물러서 있던 KT가 한 달여 만에 와이파이 개방을 전격 발표한 것이다.

KT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와이파이 개방을) 결정했다”면서도 “서비스 품질 유지와 관련한 비용은 KT가 부담할 수밖에 없다. 차별적 경쟁력 한 가지는 사라진 셈”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최근 새 정부의 공약 중 이통사에 가장 민감한 ‘기본료 폐지’ 정책이 추진되는 가운데 KT가 ‘정부 눈치 보기’에 들어갔다는 해석도 나온다. 월 이용요금 1만1000원 인하를 골자로 하는 기본료 폐지안이 연간 2조원 이상의 이익 감소로 다가올 수 있어 ‘상대적으로 부담이 가벼운 와이파이 개방에 협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견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정부 기조가 분명한 만큼 KT도 거스를 수 없는 입장”이라며 “다만 기본료 공약 등을 포함해 달가운 상황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와이파이 개방이 국민적 통신 환경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기에 자연스럽게 따른 것”이라며 “기본료 폐지 등에는 무슨 영향을 기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tajo@kukinews.com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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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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