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불’ 피하려는 게임업계…수위 조절부터 청소년 버전까지

‘청불’ 피하려는 게임업계…수위 조절부터 청소년 버전까지

기사승인 2017-06-15 05:00:00


[쿠키뉴스=김정우 기자] 게임 업계가 간판 게임의 이용 등급에 발목을 잡히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 ‘빅3’로 꼽히는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게임즈 3사는 올해 각사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 모바일 게임으로 경쟁 구도를 형성할 전망이다.

오는 21일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고 이어 다음달 27일 넥슨이 ‘다크어벤저3’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출시 이후 구글플레이 앱 마켓 게임 매출 1위를 지키고 있는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이하 레볼루션)’과 직접 경쟁을 벌이게 된다.

이들 게임은 RPG(역할수행게임) 장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리니지M과 레볼루션은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며 다크어벤저3는 액션 RPG지만 캐릭터를 키워나가는 핵심 요소는 같다. 이 육성 과정에 많은 시간이 요구된다는 RPG의 일반적인 특성상 이용자를 뺐고 뺐기는 경쟁이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적잖은 변수로 떠오르는 것이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이용 등급이다. 등급에 따라 이용자 범위가 달라져 보편적인 게임 이용과 흥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위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에 따라 게임물의 등급을 분류한다. PC‧온라인‧모바일‧비디오 게임의 경우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전체이용가’부터, ‘12세이용가’, ‘15세이용가’, ‘청소년이용불가’ 등으로 나눠진다. 시험용과 공익 목적 게임물은 별도 구분된다.

등급은 ‘선정성’, ‘폭력성’, ‘범죄 및 약물’, ‘부적절한 언어’, ‘사행성’의 5가지 요소를 고려해 결정된다. 이 모든 요소가 ‘전혀 없는’ 조건을 만족하면 가장 많은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는 전체이용가를 받을 수 있다.

전투 등 요소가 존재하는 게임은 ‘경미한 표현’ 수준으로 12~15세 이용가를 받는 것이 보통이다. 특히 애플 앱스토어는 성인용 콘텐츠를 취급하지 않아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의 경우 진입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게임사는 청소년이용불가 판정이 큰 부담이다.

모바일 게임의 경우 앱 마켓 사업자가 등급을 결정하는 자체등급분류 방식이 적용돼 왔으나 지난달 게임위는 사행성을 이유로 기존 12세이용가였던 레볼루션의 등급을 청소년이용불가로 변경한 데 이어 13종 게임에 대한 등급을 재분류했다. 일종의 사후 검열을 시행한 셈이다.

레볼루션은 현금을 주고 구매하는 ‘블루다이아’라는 게임 재화를 게임 내 이용자 간 아이템을 거래하는 ‘거래소’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부분이 문제가 됐다.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된 게임 아이템 거래 사이트와 비슷해 청소년에게 사행성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레볼루션의 거래소는 개편을 이유로 운영이 중지됐다.

이에 넷마블은 지난 5일 레볼루션 거래소 시스템 재편 내용을 담아 게임위에 수정 심의를 신청했다. 블루다이아가 문제가 된 만큼 현금 거래 요소를 배제한 ‘그린다이아’ 적용 등 대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넷마블 관계자는 “기존 이용자들이 지장 없이 게임을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도 리니지M의 이용 등급을 두고 다양한 검토를 진행 중이다. 이성구 엔씨소프트 상무는 지난달 16일 열린 리니지M 쇼케이스 행사에서 “(이용 등급은) 내부 논의를 많이 해봐야 하는 문제”라고 말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리니지M은 PC용 리니지 원작에서 가능했던 이용자 간 거래부터 ‘통합거래소’까지 구현하는 ‘자유 시장경제’를 표방한다. 통합거래소 등에 레볼루션과 같은 현금 거래 요소가 있다면 청소년이용불가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또 리니지M은 이용자 자유도 높은 PvP(이용자 대전)도 지원한다. 게임위 기준에 따르면 PvP를 통해 다른 이용자에게 경험치 손해를 끼치거나 아이템을 빼앗는 등이 가능할 경우 폭력성으로 인정될 수 있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PvP에서 입은 손해를 복구할 수 있는 ‘회복의 신녀’ 시스템을 리니지M에 적용하는 등 장치를 마련했다. 아이템 거래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을 감수할 계획이 아니라면 현금성 재화 사용은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넥슨 역시 다크어벤저3의 등급에 많은 신경을 썼다. 기존 다크어벤저 시리즈가 사실적인 액션을 강조한 나머지 폭력적인 연출을 보여준 만큼 3편에서 폭력성이 발목을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넥슨은 인수한 다크어벤저 개발사 블리언게임즈와 폭력적 연출 수위를 낮추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넥슨 측은 지난해 ‘지스타 2016’에서 12~15세 이용가를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다크어벤저3의 액션에서 신체를 훼손하거나 다량의 피가 나오는 연출은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액션의 재미는 다양한 시점 전환과 ‘무기 탈취’ 등 추가적인 시스템으로 보완했다.

별도의 게임 버전으로 이용 등급 문제를 해결한 예도 있다.



넥스트플로어의 ‘데스티니차일드’는 신체 노출이 많은 캐릭터 일러스트 등으로 애초부터 청소년이용불가 등급으로 출시됐다. 그럼에도 구글플레이 매출 1위까지 오르는 등 인기를 끌었고 지난달 17일 12세이용가 등급의 ‘데스티니차일드T’가 추가됐다.

데스티니차일드T는 국내 모바일 게임에서 처음 시도되는 청소년용 별도 버전으로 일러스트 수정 등의 작업을 거쳤다.

넥스트플로어는 TV 광고 등 대대적 마케팅과 함께 데스티니차일드T를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양대 앱 마켓에 출시했다. 결과적으로 안드로이드용 2개 빌드와 OS용 1개, 총 3개 버전의 데스티니차일드가 서비스 중이다.

넥스트플로어 관계자는 “매출 뿐 아니라 이용자 저변 확대가 중요하기 때문에 별도 버전을 선보였다”며 “운영 등에 추가적인 비용은 들지만 게임을 많은 이용자에게 선보이는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tajo@kukinews.com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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