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도시바 우선협상자 선정으로 ‘반도체 굴기’ 이어가나

SK, 도시바 우선협상자 선정으로 ‘반도체 굴기’ 이어가나

기사승인 2017-06-21 19:17:13


[쿠키뉴스=김정우 기자] SK하이닉스가 컨소시엄 형태로 일본 도시바 메모리 매각 입찰에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반도체 굴기’에 이목이 쏠렸다.

도시바는 21일 이사회를 열고 ‘한·미·일 3국 연합 컨소시엄’을 도시바 메모리 입찰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와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이다. SK하이닉스는 독점금지법 심사 통과를 고려해 출자가 아닌 융자를 통해 베인캐피털 측에 돈을 대는 형태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예비 입찰에 참여한 SK하이닉스는 경쟁자 대비 낮은 가격을 써내 입찰 성사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이후 4월부터 최 회장은 직접 일본을 방문하는 등 도시바 인수전 진두지휘에 나섰다.

일본에서 외국 기업에 도시바 계열사와 그 기술이 넘어가는 데 대한 정서적 반감이 있다는 점과 불리한 상황 등을 고려한 최 회장은 일방적인 기업 인수보다 상호 생산적인 방법을 고심했고 미·일 합동 컨소시엄을 구성, ‘막판 뒤집기’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낸드플래시 메모리 ‘1세대’ 업체인 ​도시바는 D램에 상대적으로 집중된 SK하이닉스의 사업 경쟁력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인수 대상으로 꼽혀왔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IHS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6.7%로 1위며 도시바가 17.2%로 2위, 웨스턴 디지털(15.5%), SK하이닉스(11.4%), 마이크론(11.1%), 인텔(7.4%) 등이 뒤를 이었다.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위 점유율을 지키고 있는 SK하이닉스 입장에서 낸드는 상대적으로 강화해야 할 분야다.

특히 올해 1분기 SK하이닉스는 매출 6조2895억원 영업이익 2조5676억원의 호실적을 기록하는 등 SK그룹 내에서 반도체 사업을 주역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2% 영업이익은 339% 증가해 상승세도 가파르다.

2012년 SK하이닉스를 인수하고 반도체에서 ‘재미’를 본 SK그룹은 올해 반도체 소재 기업 LG실트론 지분 51%를 62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는 등 반도체 수직 계열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노선을 이어가고 있다. SK머티리얼, SK에어가스 등 계열사와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우선협상자 선정을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를 통한 시장 점유율 확대로 해석하는 것은 다소 섣부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우선 베인캐피털에 융자를 대는 형태로 참여하는 만큼 직접 도시바를 인수하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인수가 완료되더라도 도시바의 반도체 시장을 흡수하기보다는 간접적인 기술 이전 등의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미국 반도체 회사 웨스턴디지털이 미국 법원에 도시바 반도체사업 매각 중단을 요청한 상황이라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도시바도 이번 매각 절차를 내년 3월 말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으로 ‘아직 결과를 장담하기는 이르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우선협상자 선정으로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기업을 맹추격 중인 중국 기업에 도시바가 넘어가는 것을 막아 상대적 경쟁 우위를 지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tajo@kukinews.com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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