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정우 기자] 조선소를 연상시키는 넓은 공간과 육중한 철제 부품들, 부품을 옮기는 크레인과 끊임없는 용접 작업.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LG전자 칠러 공장 전경이다.

칠러는 주로 대형 상가, 오피스 시설, 발전소 등에 들어가는 냉난방기 제품이다. 물을 냉각시켜 차가운 바람을 만들고 이를 대형 건물 냉방 등에 활용하는 설비로 시스템 에어컨 등 상업용 설비보다 큰 규모로 공급된다.

1968년부터 에어컨을 생산해온 LG전자는 2011년 LS엠트론 공조사업부를 인수하며 칠러 사업에 본격 나섰다. LG전자는 27일 취재진에 평택 사업장을 소개하며 “LG전자는 국내 유일의 총합공조회사”라고 강조했다. 일반 소비자용 에어컨부터 대형 B2B(기업간 거래) 사업인 칠러까지 ‘냉난방 사업 수직계열화’를 이뤘다는 설명이다.

약 14만8760㎡ 면적에 6기의 생산동과 4기의 별도 연구시험동을 갖춘 LG전자 평택 칠러 공장에서는 터보 냉동기, 흡수식 냉온수기, 스크류 냉동기, 공조기 등이 주로 생산된다. 지난해 11월 전북 전주에 있던 칠러 공장을 이전한 것으로 전주에 비해 약 2.5배 넓어졌다.

평택 공장의 연간 최대 생산량은 냉동기 기준 약 1000대 수준이다. 냉동기에 연결되는 실내기 등 부속 제품을 모두 포함하면 약 2000대까지 늘어난다.

LG전자는 “평택 공장의 생산력이 기존 전주 공장에 비해 2배 이상 늘어 대형 프로젝트 수주도 적기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향후 시장 상황 등에 따라 생산 설비를 확대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칠러 생산라인은 일반 에어컨 등 가전제품 공정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크레인이 수십 킬로그램(kg)에서 수십 톤(t)에 달하는 육중한 철제 부품들을 머리 위로 운반하고 작업자들은 높은 압력이 가해지는 칠러 부품에 결함이 없도록 용접 작업에 심혈을 기울인다.

물을 냉각시키는 칠러의 ‘심장’인 압축기는 별도의 차폐 공간에서 생산되고 조립된 압축기, 열교환기 등은 헬륨 가스 등을 활용해 미세한 누수도 없도록 점검한다. 조립된 제품에 페인트 도장을 입히는 설비만 해도 가로 폭 9미터(m), 너비 10m, 깊이 15m 크기에 달한다. 또 완성된 칠러가 고전압과 여러 주파수 환경에서 정상 작동되는지 시험할 수 있는 설비도 갖춰졌다.

또 완성된 칠러가 고전압과 여러 주파수 환경에서 정상 작동되는지 시험할 수 있는 설비도 갖추고 있다. LG전자 칠러 제품은 미국 냉동공조협회 인증에 따른 시험을 거친다. 고객사와의 장기적 관계가 중요한 B2B 사업인 만큼 제품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생산된 LG전자 칠러는 국내 스타필드하남부터 필리핀 SM몰 등 대형 쇼핑몰과 아랍 알메이단시티 등 중동 지역 대형 시설 등에 적용됐다. LG전자는 우선 냉방 수요가 높은 중동 지역에 집중 진출했으며 다음으로 국내 건설사 등이 많이 진출한 동남아 지역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칠러 사업이 총합 공조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관점에서 B2B 공조 사업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품 공급 외에도 지속적으로 부가 수익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공조전문 조사기관 BSRIA에 따르면 세계 공조 시장은 800억달러 규모로 이 중 칠러는 약 140억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현재 LG전자 전체 공조 사업에서 B2B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매출 기준 50%에 근접했고 올해는 처음으로 B2C(기업-소비자 거래)를 추월할 전망이다. 이 중 칠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다. LG전자는 칠러 사업을 연평균 10% 이상 성장시킨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