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구현화 기자] 1년여의 유예기간을 거쳐 단속이 시작된 어린이 제품 안전 특별법은 13세 이하 어린이용품을 제조, 수입하는 모든 이들에게 적용된다. 충분한 시간을 거쳤음에도 인증을 받지 않고 제품을 유통하거나 인증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은 제품의 적발 사례는 계속되고 있다.
업체들은 인증 자체가 까다롭고 시간이 많이 걸려 번거롭다고 호소한다. 여기에 인증을 받으면 부담이 커져 가격이 올라가는 만큼 타사보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인증을 기피하는 요인이다.
법을 어길 시 처벌 수위도 그렇게 높지 않다. 가장 높은 처벌 수위가 3000만원 이하 과태료에 그치는 수준이다. 잘못 만들어진 화학제품이 아이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을 감안하면 수위가 낮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품목별로 인증방법·인증기관 달라…소비자 민원 없으면 버젓이 유통
어린이 제품 안전 인증을 받으려면 특별법에 따라 위해성의 정도에 따라 ‘안전인증’, ‘안전확인’, ‘공급자 적합성 확인’ 단계로 분류해 관리된다.
물놀이 기구·어린이 놀이기구·비비탄총·어린이 자동차용 보호장치 등 사고가 많이 났던 제품들은 안전인증을 받아야 한다. 옷 이나 이불 등 어린이 섬유제품, 스케이트보드·자전거·학용품·유모차·완구 등은 안전확인 대상이다. 바퀴달린 운동화·어린이용 장신구·스노보드·롤러스케이트 등은 공급자 적합성 확인 대상에 포함된다.
안전인증과 안전확인 대상은 정부가 지정한 기관에서 인증을 받아야 하고, 공급자 적합성 확인 대상은 기업 스스로 안전성을 검증해도 가능하다. 공급자 적합성 품목은 자체적으로 실험을 통해 안전성을 입증하거나, 직접 자신이 안전성 검증 여부를 위탁해도 된다. 인증을 받은 후 합격 통보를 받아 제품인증번호와 KC마크를 부착하면 된다.
문제는 비용이다. 제품 하나당 시험비용이 30만원 이상으로 책정된 데다가 인증수수료 5만여원도 물어야 한다. 영세업자로서는 부담 되는 비용이다. 게다가 품목마다 정부에서 공식 인증한 곳이 달라 하나하나 다른 곳에 인증 신청을 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다.
유아용품을 수입해 파는 한 영세업자는 "갑자기 특별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며 "우리 같은 제조업자에겐 부담이 큰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인증을 피하려는 유혹도 계속되고 있다. 이는 대기업 등 큰 업체나 작은 업체나 마찬가지다. 어린이 제품 안전 특별법이 아직 만들어지고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는 틈을 타 교묘하게 인증을 받지 않고 파는 것이다. 민원이 들어가야 겨우 아직 몰랐다며 인증을 받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제품안전협회에서는 소비자의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 실사를 나가 단속하고 과태료를 물린다. 소비자가 적극 신고하지 않으면 인증 없이도 물건을 계속 팔 수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불법 유통된 위험성 높은 어린이 제품으로 인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상존한다.
◇ 인증 없이 걸려도 처벌은 솜방망이…소비자 주의 더욱 필요해
처벌 기준은 어떨까. 유통과 제조의 책임은 다르다. 제조하거나 수입했을 때 안전인증이나 안전 확인을 받지 않으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혹은 3년 이하 징역에 물린다. 인증을 받지 않고 거짓으로 확인 표시를 만들거나 수거하지 않으면 이 같은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인증 표시가 없는 제품을 판매하는 사업자의 경우 1000만원 이하 혹은 2000만원 이하 과태료밖에 물지 않는다. 인증기관의 정보 제공 요청을 받았음에도 자료 제출 및 정보 제공을 기피하거나, 거짓으로 자료를 제공했을 경우에 해당한다. 인증 표시 없는 제품을 팔아도 몇천만원 수준에 그치는 것이다.
안전인증이나 안전확인, 공급자적합성 확인 표시가 없는 어린이 제품을 영업에 이용하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밖에 물지 않는다. 안전대상 어린이 제품을 연령에 맞지 않게 판매해도 500만원 이하 과태료에 그친다. 이 때문에 책임 소재를 피해가는 경우가 생겨나기도 한다.
충북 청주에 사는 한 주부는 "중고장터에서 어린이 장난감을 샀는데 나중에 웹 검색을 하다가 납 성분이 많아 리콜된 제품임을 알게 됐다"며 "깜짝 놀라 리콜을 받았는데 잠깐 사용했던 게 너무 걱정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