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정우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디스플레이 호황과 모바일 사업 회복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 구속 등 리더십 부재로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7일 삼성전자는 매출 60조원 영업이익 14조원의 올해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1분기 대비 매출은 18.69%, 영업이익은 41.41% 늘었고 전년 동기보다는 매출 17.79%, 영업이익 71.99% 증가한 기록이다.
이 같은 큰 폭의 실적 개선에 ‘분기 매출 60조원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와 글로벌 시총 1위 애플의 영업이익을 넘어섰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50조원을 무난하게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업부문별 실적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장기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도체 등 부품 사업이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갤럭시 노트7’ 리콜 등으로 주춤했던 모바일 사업은 ‘갤럭시 S8’ 시리즈 실적 반영으로 정상 궤도를 찾은 것으로 평가된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을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이 넘는 7조원대 후반까지 예상하고 있다. 디스플레이는 영업이익 전망치는 약 1조5000억원이다. 1분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서 각각 6조3100원, 1조3000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과 비교해 상승세가 뚜렷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전반적 실적 호조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부품사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서버, 데이터센터, 스마트폰 등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공급은 제한돼 가격 상승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부문에서도 갤럭시 노트7 리콜·단종 이전 수준의 실적을 회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2분기 3조원대 중후반 모바일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상반기 4조원대까지 올랐던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을 맡는 IM부문 영업이익은 갤럭시 노트7 사태 이후 올해 2분기 2조700억원까지 내려앉았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 S8 판매 실적은 지난해 상반기 선보였던 ‘갤럭시 S7’ 대비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모바일 사업은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1분기 별로 안좋은 상황이었지만 2분기 갤럭시 S8이 흥행하면서 살아났다”고 밝혔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약 9조원을 들여 인수한 자동차 전장(전자장비) 업체 하만의 실적도 2분기부터 반영된 점도 실적 개선에 힘을 더했을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부품 시장 호황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과 스마트폰 등 세트사업의 시장 포화로 인한 성장 둔화는 삼성전자에 숙제를 안겨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분기 실적은) 3-5년 전부터 준비해온 선제적 기술 확보 적기 투자 등이 잘 된 결실”이라며 “시장 주기를 감안하면 앞으로도 반도체 수요 강세가 지속될지는 지켜봐야 하고 세트는 시장 성장 둔화에 따라 큰 폭의 실적 개선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주력 사업에 대한 중작기적 투자와 혁신을 위한 의사결정, 새로운 미래 먹거리 발굴과 전략적 M&A(인수합병) 등 선제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3월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같은 우려가 지속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2014년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누운 이후부터 인공지능(AI) 등 기술 스타트업 투자, 하만 인수, 갤럭시 노트7 리콜 결정 등을 이끌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 구속 이후 중장기적 의사결정과 관련된 삼성의 ‘경영 시계’는 멈춰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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