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 vs 우려…‘셧다운제’ 두고 엇갈린 정부와 업계

초조 vs 우려…‘셧다운제’ 두고 엇갈린 정부와 업계

게임협회, 정현백 여가부 장관 발언 “우려스럽다”

기사승인 2017-07-13 05:00:00

[쿠키뉴스=김정우 기자] 게임 ‘셧다운제’를 두고 업계가 다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셧다운제는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접속을 강제로 차단하는 제도로 여가부 주도로 도입됐다. 협회의 지적과 같이 업계에서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고착화와 중소 게임사, PC온라인 게임 시장 위축 등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규제로 인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 게임업계는 셧다운제를 포함한 게임 규제 완화를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게임을 ‘마약’처럼 보는 인식을 지적하며 규제는 업계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아들이 중소 게임사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고 한국e스포츠협회장을 지낸 전병헌 정무수석비서관이 임명됐다는 사실도 기대감을 키웠다.
 
최근에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신임 장관이 지난달 게임업계 관계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정부 주도의 일방적 규제 정책에서 벗어나 게임업계의 자율과 책임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 할 필요가 있다”며 ‘민관합동 게임규제 개선 협의체’ 구성을 제안해 업계의 기대가 현실화 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하지만 정현백 신임 여성가족부 장관이 셧다운제를 옹호하는 발언으로 갈등의 불씨를 다시 지폈다.
 
지난 4일 정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셧다운제 폐지에 반대하며 정착 단계인 만큼 안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셧다운제로 인해 게임산업이 위축됐다는 견해를 부정하기도 했다.

이에 게임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1일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정 장관의 발언에 “게임산업이 지속적으로 셧다운제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한 고민을 전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회는  이어 “셧다운제와 산업 위축 사이 인과 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분명한 사실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 잡는데 셧다운제가 가장 크게 일조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청소년들의 접속을 차단하도록 강제적으로 규정하는 셧다운제는 다른 산업에는 없는 규제라는 점과 해외에 서버를 해외에 둔 게임에는 적용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과의 역차별 논란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협회는 “게임산업은 해당 제도로 인해 문화콘텐츠산업 수출의 56%를 책임짐에도 불구하고 ‘사회악’이라는 부정적 인식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이로 인해 산업을 이끌어나갈 인재 유입은 물론 새로운 콘텐츠 개발을 위한 투자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셧다운제가 국내 PC온라인 게임 시장을 위축시키는 직격탄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셧다운제 도입 이후) 지난 수년간 벤처캐피탈의 게임에 대한 투자가 크게 줄었고 인력 유입도 예전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셧다운제는) 규제의 직접적 대상이 되는 PC온라인 게임의 위축을 가져와 모바일 게임과의 산업 불균형을 초래했다”며 “모바일 게임의 높은 가능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모바일에서 구현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PC온라인 시장도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인데 사실상 게임사들의 진입이 멈춰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실제 PC온라인 게임을 중심으로 성장하던 국내 게임업계는 최근 수년간 신작 게임을 찾아보기 어렵다. 2000년대 국산 게임이 강세를 보여온 PC온라인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장르에서는 현재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웹젠의 ‘뮤 레전드’ 외에 이렇다할 흥행작이 없는 상황이다.

넥슨 등 PC온라인 게임 명맥을 이어가는 게임사들도 대부분 주요 공략 대상을 해외로 설정하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엔씨소프트의 PC온라인 기대작인 ‘MXM’이 북미·유럽 시장에 먼저 출시되기도 했다. 반면 국내 PC방 게임 인기 순위 1, 2위는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와 블리자드의 ‘오버워치’ 등 외산 게임이 지난 5년간 굳게 지키고 있다.
 
이에 부처간 기능 조정을 통해 합리적인 답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여가부 입장과 문체부 입장은 다를 수 있어 주무부처인 문체부의 조정 기능이 필요하다”며 “청소년이 큰 업무 영역인 여가부에서 셧다운제 폐지를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국무 조정을 통해 합리적인 방안으로 셧다운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tajo@kukinews.com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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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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