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정우 기자] 게임 ‘셧다운제’를 두고 업계가 다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셧다운제는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접속을 강제로 차단하는 제도로 여가부 주도로 도입됐다. 협회의 지적과 같이 업계에서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고착화와 중소 게임사, PC온라인 게임 시장 위축 등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규제로 인식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 게임업계는 셧다운제를 포함한 게임 규제 완화를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게임을 ‘마약’처럼 보는 인식을 지적하며 규제는 업계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의 아들이 중소 게임사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고 한국e스포츠협회장을 지낸 전병헌 정무수석비서관이 임명됐다는 사실도 기대감을 키웠다.
이에 게임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1일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정 장관의 발언에 “게임산업이 지속적으로 셧다운제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한 고민을 전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회는 이어 “셧다운제와 산업 위축 사이 인과 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분명한 사실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 잡는데 셧다운제가 가장 크게 일조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청소년들의 접속을 차단하도록 강제적으로 규정하는 셧다운제는 다른 산업에는 없는 규제라는 점과 해외에 서버를 해외에 둔 게임에는 적용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과의 역차별 논란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협회는 “게임산업은 해당 제도로 인해 문화콘텐츠산업 수출의 56%를 책임짐에도 불구하고 ‘사회악’이라는 부정적 인식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이로 인해 산업을 이끌어나갈 인재 유입은 물론 새로운 콘텐츠 개발을 위한 투자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셧다운제는) 규제의 직접적 대상이 되는 PC온라인 게임의 위축을 가져와 모바일 게임과의 산업 불균형을 초래했다”며 “모바일 게임의 높은 가능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모바일에서 구현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PC온라인 시장도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인데 사실상 게임사들의 진입이 멈춰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실제 PC온라인 게임을 중심으로 성장하던 국내 게임업계는 최근 수년간 신작 게임을 찾아보기 어렵다. 2000년대 국산 게임이 강세를 보여온 PC온라인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장르에서는 현재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웹젠의 ‘뮤 레전드’ 외에 이렇다할 흥행작이 없는 상황이다.
넥슨 등 PC온라인 게임 명맥을 이어가는 게임사들도 대부분 주요 공략 대상을 해외로 설정하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엔씨소프트의 PC온라인 기대작인 ‘MXM’이 북미·유럽 시장에 먼저 출시되기도 했다. 반면 국내 PC방 게임 인기 순위 1, 2위는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와 블리자드의 ‘오버워치’ 등 외산 게임이 지난 5년간 굳게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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