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구현화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42차 공판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LG그룹 수뇌부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며 삼성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특검은 2014년 9월16일 구본무 LG그룹 회장 비서인 양모 전무가 안 전 수석에 보낸 문자메시지 1건과 2015년 7월25일 하현회 LG 사장이 안 전 수석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1건 등 총 2건을 공개했다.
먼저 구 회장 비서가 안 전 수석에 보낸 메시지에는 독대에 앞서 LG의 '사업 애로사항'을 준비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양모 전무는 안 전 수석에 '내일(2014년 9월17일) 오후 2시30분까지 회장님이 BH에 도착하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창조경제 활성화, 사업 애로사항, 해외순방, 동반성장, 중앙/지방자치규제 준비하겠습니다. 변동사항 있으면 알려주세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2015년 7월25일에는 하현회 사장이 안 전 수석에게 '오늘 저희 회장께서 말씀드릴 내용은 창조경제 활성화와 내수진작을 위한 LG의 계획에 대해 말씀드릴 것'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특검은 김 전 행정관에 위 문자메시지들을 제시하며 "(안 전 수석이) 대통령 독대 대상 기업들의 애로사항이나 기업 현안을 파악해서 정리해 보고하라고 한 것이 맞느냐"고 질문했다. 김 전 행정관은 "기업 현안에 대해서는 조용히 조사해보라는 취지로 말한 것 같다"고 답했다.
특검은 삼성으로 되돌아와 "이재용 부회장 면담을 위한 대통령 말씀 참고자료에 삼성그룹의 현안이나 애로사항이 정리가 돼 있었나"라고 질문했다. 김 전 행정관은 "제가 자료 작성자가 아니라 내용까지 기억나지는 않는다"고 증언했다.
특검은 "(김 전 행정관이 2016년 10월 작성한 일지에 따르면) 2014년 9월 가을경 삼성과 대통령 독대했다는 것이 인정되는 것 같다"며 "당시 이 부회장이 대통령과 삼성물산이 투자한 카자흐스탄 발하슈 화력발전소 관련해서 이야기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강조했다.
김 전 행정관은 2016년 10월 작성한 자신의 일지에 2014년 9월12일 1차 독대가 있었다고 적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기억하는 1차 독대는 2014년 9월15일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5분간 대통령을 개별면담했을 때다. 이 부회장은 카자흐스탄 화력발전소 관련 대화는 2015년 7월25일 2차 독대에서 나온 것으로 진술했다.
삼성 측 변호인은 "특검은 일반적인 관점에서 다른 대기업과의 독대에서 대통령이 사업현안을 말했기 때문에 삼성도 마찬가지로 현안을 말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삼성은 현안자료를 청와대에 보낸적이 없다"며 "당시 대통령 말씀 참고자료를 작성한 청와대 행정관도 삼성이 자료를 보내주지 않아 인터넷 기사 등을 참고해 자료를 만들었다고 했던 진술에서도 확인된 사실"이라고 특검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김 전 행정관의 증언이 대통령이 독대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를 입증하는 증거가 될 수 없다"며 "이 부회장은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대통령과 5분간 면담했다 했는데 김 행정관 일지에 9월12일 독대로 기재돼 있는 것이 전부이며, 김 전 행정관이 적은 다른 기업과의 독대 일정 메모에도 물음표가 있는 등 부정확하게 기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