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구현화 기자] 감사원에서 그 윤곽이 밝혀진 면세점 비리가 이제는 검찰로 공이 넘겨졌다. 감사원의 의뢰로 면세점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23일에는 김낙회 전 관세청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24일에는 김 청장의 후임인 천홍욱 전 관세청장도 불러 조사했다.
이제는 검찰이 면세점과 관련한 윗선 개입과 대가성을 놓고 빈 연결고리를 채워 나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가장 큰 줄기는 두 가지다. 윗선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난 3차 특허전 당시의 롯데와 청와대의 대가성 관계 여부, 관세청 심사위원 내부에서 조작된 1·2차 특허전 당시의 윗선 개입 여부 등이다.
◇ 3차에 면세점 특허권 왜 4개나? '롯데 살리기' 의혹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1~3차 특허전에서 윗선과의 직접적인 지시는 3차 면세점 특허전에서만 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3차 면세점 선정을 앞두고 지난 2015년 12월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서울 시내 면세점을 늘리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 때문에 기획재정부의 지시가 있었고 이후 관세청이 면세점 수를 4개까지 늘리는 공고를 냈다. 이에 따라 현대백화점면세점, 롯데 월드타워면세점, 신세계DF가 선정됐다. 그렇게 면세점 선정이 발표된 뒤 그해 2월과 3월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단독으로 박 전 대통령을 만났다.
관세법에 따르면 신규 면세점이 추가되는 조건은 전년도 시내면세점 이용자수와 매출액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50% 이상, 광역지자체별 외국인 관광객수가 전년 대비 30만 이상 증가하는 경우였다.
그런데 신규면세점 사업자 선정과정에서는 줄곧 무리수가 강행됐다. 1,2차 특허전에서 신규 면세점 사업자가 선정된지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아직 시장에 정착도 못 한 시점인 2016년 4월 29일 다시 신규특허 추가발급 방침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 3차 특허전을 위해 관세청은 외국인 수의 기준이 되는 2015년 관광동향연차보고서가 2016년 8월에 발표되는 점을 악용, 발표자료가 나오지 않은 4월에 면세점 특허 공고를 냈다. 2015년도 서울 외국인 방문자 수는 실제로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여파로 전년 대비 100만 4710명 감소했지만 2014년 자료에 외국인이 연평균 13%씩 증가했음을 이유로 들며 특허 발급을 정당화시켰다.
당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좌담회를 만들고 지난해 서울의 외국인 방문객 수는 88만명이 증가해 올해도 그럴 것이라는 무리한 주장을 했다. 석연치 않은 주장에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미 시장에 비해 면세점 허가가 많이 떨어져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 면세점 허가권을 다시 푼다는 것에 대한 반감이 커져 있는 상황이었다.
이날 이미 면세 특허를 받은 신라, 한화, 신세계, 두산, SM 등 면세점 대표는 항의의 뜻으로 이 좌담회에 함께 참석했다. 이들은 "전형적인 롯데 봐주기"라고 토로하며 "신규 면세 특허는 말이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었다.
다만 롯데그룹은 "신 회장과 박 대통령 독대가 있던 3월 이전에 이미 기재부와 박 전 대통령이 면세점 추가 선정 계획을 검토한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 1,2차 특허전서 윗선 지시사항 있었나...관세청장이 '키' 될까
3차 특허전과 달리 아직 윗선의 지시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1,2차 특허전에서는 윗선의 지시사항이 있었는지 여부를 놓고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당시 김낙회 전 관세청장이 이 모든 일을 앞장 서서 했는지, 혹은 방조했는지 여부도 중요한 수사 대상이다.
1차 특허전에서는 HDC신라, 한화가 선정되며 롯데 동대문피트인면세점이 부당하게 탈락했다. 매장 면적이나 중소 매장 크기가 클수록 유리했는데 여기에 점수 조작이 자행됐다. 한화는 공용 면적을 매장 면적에 포함해서 계산했다. 또 롯데는 중소 영업 매장 설치 비율에서도 다른 곳과 달리 매장 자체보다 실제로 영업하고 있는 영역만을 사용해 비율을 구해 손해를 봤다.
박근혜 대통령은 면세점 특허 심사가 이뤄진 7월 10일이 지나고 나서 2015년 7월 24일 삼성과 SK, 롯데 등 대기업 회장들을 연달아 만나 미르와 K스포츠재단 설립에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기업들은 면세점 심사가 끝난 후에 독대한 것이므로 대가성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2차 특허전에서는 엉뚱하게 그전까지는 언급되지 않았던 '시장 독과점'이 문제가 됐다. 2015년 10월에는 공정위가 2차 면세점 특허 심사와 관련해 '독과점 구조'가 일어나지 않도록 강조했다. 롯데의 시장점유율이 60.5%였기 때문에 불리한 상황이 됐다. 사실상 '롯데를 떨어뜨려라'라고 지시한 셈이다.
2차 면세점 특허 심사위원장으로 참석한 이돈현 관세청 차장이 김낙회 당시 관세청장의 지시에 따라 공정위 공문을 심사위원들 앞에서 낭독하기도 했다. 이는 롯데를 떨어뜨리고자 한다는 윗선의 개입을 시사하기도 한다. 여기에 기부금 비율, 매장규모 등에도 점수가 조작됐다. 그 결과 SK워커힐면세점과 롯데월드타워면세점은 5년 동안 보유했던 특허를 갱신하지 못하고 신세계와 두산이 특허를 가져갔다.
검찰은 1,2차 면세점 특허전 당시 점수를 조작한 관세청 이모 전 국장과 한모 과장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이들이 당시 김낙회 전 관세청장에게 모종의 지시를 받고 점수를 조작한 것이 아닌지를 가리기 위한 것이다. 혹은 윗선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지시를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
이 사건에서 키가 될 인물은 김낙회 전 관세청장이다. 김 전 청장은 1,2,3차 특허전을 주도한 인물로서 재직 당시 면세점 사업자 평가 점수 조작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15년 두 차례 모두 롯데 대신 한화와 두산이 면세 특허권을 가져가도록 했다는 것이다. 또 2016년 면세 특허권을 4개나 나누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임명된 천홍욱 관세청장은 서울 시내면세점 선정 과정에서 감사원이 요청했던 업체로부터 받은 사업계획서 등을 파기한 혐의로 고발당한 바 있다.
검찰은 감사원의 수사 의뢰에 따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대기업 조사를 받았던 특수1부에 사건을 배정하고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의 연장선상에서 면세점 게이트를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면세업계는 이 사건이 면세점 전체의 비리로 연결되는 데 대해 경계하면서도 허탈함을 호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너무나도 이상했던 면세점 특허전이 다시 문제가 되는 걸 보니 착잡하고 씁쓸하다"라며 "사건 자체로도 세계적 망신이자 한국 면세사업에 대한 위상을 떨어뜨리는 사건"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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