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구현화 기자] 롯데월드의 놀이기구 사고에 대한 늑장대응으로 롯데그룹의 안전 매뉴얼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특히 시기상 신동빈 회장의 집무실이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옮겨가고 롯데그룹의 잠실 시대가 시작되는 시기라는 점에서 안전 대책의 종합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6시 58분에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어드벤처 지하 3층에 설치된 놀이기구 플라이벤처가 가동 중 갑자기 멈춰섰다. 탑승객 70명은 공중에 3시간이나 매달려 있다가 가까스로 구조됐다.
이 과정에서 롯데월드 측은 소방당국에 신고조차 하지 않고 1시간 동안 기다리라는 안내 방송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직후 정비직원이 현장에 도착해 매뉴얼대로 조치했지만 큰 소용이 없었다.
사고 발생 후 1시간이 흘러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보다 못한 승객 1명이 저녁 8시경 119에 구조요청을 했다. 드디어 현장에 도착한 119 구조대가 사다리 장비 등을 이용해 밤 10시쯤 탑승객 전원을 구조했다.
롯데월드 측은 탑승객 중 한 명이 운행 중 하차를 요구해 기계를 수동으로 멈추는 과정에서 탑승장치가 원위치로 돌아오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롯데월드는 보상 과정에서도 구설에 올랐다. 롯데월드 측은 매달려 있는 탑승자에게 보상 대책으로 '우선 탑승권'을 발부할 예정이라고 방송으로 설명했다. 이후 연간 회원권을 발부하겠다고 보상안을 바꿨다. 이는 탑승객들의 입장을 듣지 않은 일방적인 보상안으로 벌써 탑승객들과 진통을 겪고 있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당시 고객들의 불편과 시간상 손해를 보상한다는 측면에서 우선 탑승권을 안내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걸로 모든 보상을 메우려 한 것은 절대 아니라"며 "현재 개별 고객들과 개인적으로 연락해 고객의 상황과 상태에 맞추어 보상을 논의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롯데월드 놀이기구 사고는 잊힐 만 하면 한번씩 나오곤 했다. 1년 전인 2016년 4월과 9월에는 롯데월드 대표 놀이기구인 자이로드롭이 60m 상공에서 1분여간 멈추는 사고가 났다. 자이로드롭은 놀이기구를 60m 높이로 들어올렸다가 아래로 떨어뜨려 무중력을 체험하는 놀이기구다.
2011년 9월에는 롯데월드 놀이기구 '혜성특급'이 정전 사태로 인해 10분간 멈췄고 2012년 2월에는 롤러코스터 '후렌치레볼루션'이 멈춰서는 사고가 생기기도 했다.
이 때마다 롯데월드는 쉬쉬할 뿐 탑승 승객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안을 밝힌 적이 없어 '나몰라라' 식으로 사건을 쉽게 덮으려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월드가 주관하는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와 아쿠아리움도 그동안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14년 12월에는 초고압 석촌변전소 바로 위에 만들어진 아쿠아리움에서 균열이 발생해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결국 영화관과 아쿠아리움은 사용 중단 명령이 내려져 한동안 개보수에 나서야 했다.
또 롯데월드타워 개장을 4일 앞두고 전망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멈추는 사고로 승객 39명이 꼼짝없이 갇혀 25분을 보내야 했다. 안전장치 오작동으로 확인된 이 때 사고로 롯데월드타워 개장 날짜가 뒤로 미뤄지기도 했다.
롯데월드타워 개장 5일만에는 야외전망대 테라스의 문이 열리지 않아 관람객이 불편을 겪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야외 테라스에 나갔던 관람객 25명이 다시 내부로 들어오지 못해 약 10분여 동안 외부에 갇혀 있어야 했다. 전망대에서 근무하는 50대 협력사 남직원이 숨지는 사고도 일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롯데월드 놀이기구 사고는 단순한 사고를 넘어 롯데 측에서 사고에 대처하는 매뉴얼과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는 사례"라며 "안전 문제에 대한 롯데그룹의 매뉴얼을 다시 한 번 점검해 보아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월드는 2007년 관람객이 사망하거나 크게 다치는 등 심각한 안전사고들로 6개월 전면 휴장이라는 특단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독일의 종합 안정 승인기관을 통해 놀이시설 운행 관련 안전항목을 점검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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