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KT가 미래 자동차 기술의 핵심으로 꼽히는 자율주행 기술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 한 발 앞선 SKT vs 버스 도전하는 KT
지난 21일 SK텔레콤은 자체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로 경부고속도로 서울 만남의광장부터 수원신갈 나들목(IC)까지 약 26km 구간의 실제 시험 주행을 진행했다.
최고속도 시속 80km로 제한된 환경에서 연구원 등 2명이 탑승한 채 약 33분간 진행된 시험 주행에서 SK텔레콤의 자율주행차는 티어링 휠(운전대)과 가속·브레이크 페달을 자동으로 제어하며 앞 차량과의 거리에 따라 속도를 조절하고 타 진입 차량에 길을 양보하기도 했다.
차선, 표지판 등을 학습할 수 있도록 준비된 인공지능(AI)이 인접 차량 속도와 거리를 실시간으로 분석한 경로판단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율주행을 진행했다. 차선이 급격히 늘어나는 요금소 부근에서는 수동 운전으로 전환해 아직 완전 자율주행 단계가 아님을 드러냈지만 실제 주행 환경에서의 시험이라는 의미가 있다.
KT는 자율주행버스에 도전한다. 지난 22일 국토부 운행 허가를 받아 일반도로에서 시험 주행을 진행할 자격이 갖춰졌다.
운행 허가는 SK텔레콤에 비해 늦지만 일반 차량보다 난이도가 높은 버스의 자율주행 기술로 기술 우위를 뽐낼 심산이다. 자율주행버스 기술을 구현할 경우 대중교통 등에 활용 가치가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버스는 전자식 제어 기능이 구현돼 있지 않고 센서 부착 위치가 높아 차량 주변의 사물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자율주행 구현에 어려움이 있다. 길고 무거운 차체도 자율주행을 통한 제어의 난제로 꼽힌다.
KT는 자율주행버스에 단독 자율주행 외에도 여러 대의 차량이 군집 주행하는 ‘플래투닝’ 등의 추가적인 기능을 구현 중이라고 밝혔다. 라이다, 카메라 등 기존 센서 외에 KT의 무선망을 활용, 수cm 단위 정확도의 위치측정 시스템을 탑재하고 일반 자율주행차에 비해 인지 범위를 확대해 안전성도 높인다는 계획이다.
◇ 5G부터 IoT까지 ‘두 마리 토끼’
통신사들이 이처럼 자율주행 기술 경쟁에 뛰어든 이유는 우선 차세대 5G 네트워크에서 구현 가능한 가장 복잡한 기술의 하나라는 점이다. KT는 내년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5G 기술을 활용한 상용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며 SK텔레콤도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라이더 등 각종 센서로 취합한 대량의 주변 환경 정보를 실시간으로 정확히 반영하지 않으면 안전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이를 위해 SK텔레콤과 KT가 구현할 5G 네트워크의 초고속‧초저지연 서비스가 필요한 것이다.
5G 환경에서는 기존 LTE에 비해 최소 100배 이상의 전송속도 구현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로써 대용량 정보의 전송 환경이 갖춰지며 LTE 기준 20~40ms 수준의 지연시간도 10ms 이하에서 거의 없는 수준까지 구현해 실시간 전달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즉 통신사는 자체 네트워크 환경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성공적으로 시연할 경우 네트워크 기술 선도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는 단계에 돌입한 것이다.
다음으로는 IT(정보통신) 기업으로서의 이미지 구축이 따라온다. 포화된 지역 시장의 한계에 저성장 단계로 접어든 통신사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각종 국제 IT 박람회를 경영진이 직접 둘러보고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을 추진하는 등 ‘탈통신’을 외쳐왔다.
특히 IT업계에서 최근 주요 서비스에 적용되는 기술 중 하나는 사물인터넷(IoT)이다. 가전제품 등 집안 기기들부터 자동차까지 연결되는 것이 핵심인 만큼 이 역시 통신 네트워크 기술 관련성이 있다.
완성차 업계와 통신사를 잇는 IoT 기술은 이미 태동하고 있다. 지난 ‘서울모터쇼 2017’에서 현대자동차는 KT의 인공지능(AI) 음성인식 기기 ‘기가지니’를 활용해 차량을 제어하는 시연을 선보였으며 내년부터 집과 자동차를 잇는 서비스 출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에 SK텔레콤, KT 등은 곧 자율주행 등의 기술이 접목된 IoT 서비스 등 새로운 ‘연결’ 솔루션을 선보일 전망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언제까지나 통신 네트워크 기업으로만 머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자율주행과 같은 기술을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선보일지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