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과잉 시대다. 인터넷을 통해, 소셜네트워크와 관계망을 통해 수많은 정보들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오간다. 보아주길 원하는 비슷비슷한 정보들이 너무나 많다.
정보가 돈이 되고, 정보가 돌면서 광고도 같이 돌아 조횟수만으로도 돈이 된다. 질 좋은 정보보다도 광고성, 홍보성 정보들이 더 쉽게 보이고 걸러지지 않고 돌다 보니 소비자들은 정보 자체에 지쳐 버리는 일이 생겨나고 있다. 개별 정보를 하나하 접하는 것보다 편집해 보여주는 콘텐츠가 더 보기 편하고, 편리한 세상이다.
이 때문에 큐레이션이라는 용어가 귀에 많이 들리는 것 같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에 전시되는 작품을 설명해주는 큐레이터라는 용어에서 이제는 정보를 배치하고 배포함을 뜻하는 말로 널리 쓰이고 있다. 콘텐츠를 더 풍부하게 만들고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해진 시대가 된 것이다.
유통업계도 큐레이션으로 그 패러다임이 넘어가고 있다. 단순히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비슷비슷한 상품들 속에서 고객이 원하고 어울리는 것들을 찾아 추천해주는 맞춤형 큐레이션 쇼핑이 도래한 것이다. '큐레이션 커머스'라는 말도 생겼다. 고객의 취향에 맞는 상품과 스토리를 만들어 짧은 시간에 높은 만족을 추구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정보 과잉 시대에 지친 소비자들에게 쇼핑을 쇼핑처럼 느끼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취향에 맞게 어떤 제품에는 스토리를 불어 넣어 더 재밌게 접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콘텐츠 쇼핑의 시대에까지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모바일 쇼핑이 도래하면서 소비자가 원하고 검색하는 것을 트래킹할 수 있는 환경 기반도 갖췄다. 유통업체들은 이에 따라 개인에게 맞는 맞춤형 큐레이션을 선보이고 있다.
쇼핑몰 'G9'는 앞에 '큐레이션 쇼핑몰'이라는 말을 붙였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해 주는 쇼핑몰이라는 얘기다. G9의 '트렌드 메이커' 세션은 최근의 트렌드를 소개하고 이를 이야기로 풀어내는 방식으로 재미있는 카드뉴스와 같은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홈앤쇼핑도 접속자의 관심에 따라 오늘의 추천상품을 추천해 주는 방식을 채택했다. 접속자의 연령대와 자주 찾는 상품 등을 분석해 개인에게 맞춘 상품을 추천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 등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한 일대일 상담 서비스를 시범 도입하며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들을 추천해 주고 있다.
웹드라마 형식을 통해 쇼핑이면서도 재미를 주는 방식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쇼핑몰도 있다. CJ오쇼핑은 '신감독의 슬기로운 사생활'과 '오늘 뭐 먹지', K쇼핑은 '애나야 밥먹자'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티몬도 웹드라마 형식의 광고 '신선한 사랑'을 내놓아 히트를 쳤다. 이사 가야 해서 떨어져야 하는 초등학생 남녀를 주인공으로 삼아 애틋함을 보여주는가 했더니, 진지해질 때마다 티몬 슈퍼마트 광고가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컨텐츠다. 광고라는 걸 알지만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컨텐츠가 되어 소셜네트워크상에서 조횟수가 300만회가 넘어간다.
스토리의 힘이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정보의 힘이 떨어져 가는 이 시대에 이야기의 힘이 새삼 새롭다. 이제는 유통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소비자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앞으로 유통이 얼마만큼 진화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성큼 다가온 큐레이션과 이야기의 시대. 새삼, 기자들도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로서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낼 의무감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요즘은 뉴스도 큐레이션의 시대인 것 같아서 말이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