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공약국 ‘찬성 vs 반대’, 당신의 선택은?

[기자수첩] 공공약국 ‘찬성 vs 반대’, 당신의 선택은?

기사승인 2017-10-16 00:02:00
#. 2017년 9월 4일,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공공약국 설립 및 지원에 관한 내용을 포함한 ‘약사법 일부개정안’ 대표발의.

#. 2017년 10월 11일, 대한의사협회, “공공심야약국 보다 약국 외 판매 안전상비의약품 품목확대가 바람직한 정책수단”이라며 반대의견 전달.

#. 2017년 10월 12일, 대한약사회, 의사협회의 개정 반대의견에 “궁색한 이유와 억지주장”이라며 비난. 공공심야약국 설립, 달빛어린이병원-약국 연계운영 확대, 처방전리필제 도입 주장.

지난 9월 4일, 시ㆍ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 심야시간대 및 공휴일에 운영하는 공공심야약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예산의 범위에서 그 운영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정춘숙 의원의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 접수됐다.

의사들은 ‘개정반대’ 의견을 모아 제출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취약시간에 안전이 충분히 입증된 일부 일반의약품 구매가 편리해지는 것이라는 이유다. 결국 재정적 부담과 비용대비 효과가 떨어지는 공공심야약국 설치보다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약의 품목확대가 국민이 만족할 제도라는 의견이다.

이에 약사들의 단체인 대한약사회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의사협회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전문가 단체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공공심야약국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높고, 환자와 보험자, 약국 등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들의 이기심에 의료기관과 약국이 취약시간대를 함께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을 한탄했다.

두 기관 모두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명분으로 삼으면서도 대중이 바라는 제도는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심지어 취약시간대 의료 혹은 의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대안이나 결론도 달리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일련의 논쟁이 벌써 10여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진전 없이.

논쟁은 사전적으로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말이나 글로 다투는 행위를 말한다, 그리고 근거와 논리, 명분을 무기로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런데 왜 공공심야약국과 안전상비약 논쟁은 1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끝나지 않을까. 핵심은 전문가 주의에 바탕을 둔 배타성과 빈약한 자본주의 정신에 있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가장 큰 문제가 됐던 문구는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였다. 의사들은 약의 전문가 또한 의사인데 왜 약사에게 맡겨야하냐는 생각에 반발했고, 이 같은 생각과 주장을 지금도 제기하는 이들이 많다. 사람을 치료하는 행위 중 하나인 약물치료 또한 의사들의 영역이고 처방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사들은 달리 보고 있다. 의사들은 약물 즉 약의 성분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 뿐, 의약품을 아는 것이 아니며 복합제제가 많은 의약품 간의 작용과 반응에 대해서는 약사가 전문가이니 만큼 의사가 진료를 통해 이런 성분의 의약품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면 그에 적합한 의약품을 선택, 제시하는 것이 약사의 전문성이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문성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과 배타성이 자본주의 정신의 통제에서 벗어난 탐욕과 만나 공공심야약국 도입, 안전상비약 품목확대, 달빛어린이병원 정착, 처방전 리필제, 성분명처방 활성화 등 취약시간대 의료 및 의약품 접근성 강화 정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과 논의구조에서 일련의 문제를 풀기는 요원해 보인다.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두 집단의 논쟁은 결론 없이 맴돌고, 서로를 향한 비난과 비방으로 상처만 남을 뿐이다. 실제 약사는 의사가 늦은 시간까지 의료기관을 운영하면 약국은 당연히 따를 것이라고 한다. 

반면 의사들은 응급상황에 대처할 응급실이 있고, 대부분의 질환은 응급을 요하지 않으며, 대중의 불편이나 불안은 안전하다고 인정된 필수 의약품을 민간에서 편히 구매할 수 있다면 해결된다고 말한다. 

이에 다시 약사는 모든 현대의약품은 부작용을 내포하고 있으며 통제되지 않는 의약품의 사용은 남용이나 오용으로 인해 국민의 건강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어 부적절한 방법이라고 반론한다. 

그럼 의사는 극소수의 부작용 사례를 전체로 확대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철저한 의약품 안전성 확보를 이야기하고, 약사는 근본적으로 전문가의 통제가 필요한 사항이라는 주장을 편다. 책바퀴를 도는 셈이다. 이처럼 논쟁이 끝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떤 제도도 도입될 수 없다.

정부는 국민에게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의사를 물어 선택하도록 하며, 의사가 충분히 반영된 제도를 확정하고 강력히 추진해야한다. 또한 달빛어린이병원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는 상황을 반면교사로 삼아 이유 면밀히 파악하고 되새겨 의료기관과 의료인, 약국과 약사 등 민간영역이 공공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의무와 보상을 함께 제시해야할 것이다.

막스 베버는 자본주의 정신을 소명의식과 절제를 바탕으로 한 프로테스탄트즘(청교도주의)의 윤리로 설명하며 ‘근심 없이 안일하게 살기 위한’ 소유욕과 금전욕, 망설이지 않는 영리추구행위를 악으로 규정했다. 유교 사상의 권위자인 투 웨이밍 교수는 베버의 서구 자본주의 정신에 해당하는 동양 자본주의 정신으로 ‘신 유교 윤리’를 내세우며, 의무와 책임, 헌신을 바탕에 둔 집단주의 사회풍토가 경쟁보다 구성원의 조화를 이끌고 극단적 영리추구행위를 막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실을 살펴보면 베버나 웨이밍 교수의 윤리의식과 정신은 사라진 모험적 자본주의만이 남아있는 듯하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6년 이상 받아오며 전문가라는 사회적 인정을 받는 이들에게도 탐욕적, 모험적 자본주의의 편린이 엿보인다. 전문가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명분이 명분으로만 남지 않고 진정 추구해야할 목표이자 목적으로 쓰이길 희망해본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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