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국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대표주자로 꼽히던 싸이월드가 재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회원 탈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서비스 불편으로 우려를 사고 있다.
◇ 가입은 쉬웠지만 탈퇴는 어려워?
싸이월드 이용자 A씨는 최근 구글 계정 연동으로 싸이월드 모바일 앱에 로그인 한 이후 해당 계정 회원 탈퇴를 하고 싶지만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싸이월드 고객센터는 A씨에게 “PC에서만 탈퇴가 가능하다”고 답변했지만 실제 PC 웹상에서는 해당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 할 방법이 없어 사실상 탈퇴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웹 로그인 창에서 해당 구글 계정과 비밀번호를 넣어도 로그인은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페이스북 계정 연동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A씨는 "싸이월드 측에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내용증명까지 보내고 나서야 동의 절차 이후 탈퇴시켜주겠다는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며 "그 과정에 있어서도 약 5통의 이메일을 보내야 겨우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침해조사과 관계자는 “가입을 했으면 탈퇴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제대로 안된 부분이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회원 탈퇴는 가입에 준하거나 더 쉽게 하도록 규정돼 있어 있는 정보통신망법를 위반했는지 여부도 검토 대상이다.
◇ 삼성, 50억에 2000만명 개인정보 샀나?
싸이월드는 1998년 설립 이후 ‘미니홈피’ 등 서비스를 통해 2000만명 이상의 회원 규모를 확보하며 2000년대 대표적인 국산 SNS로 자리 잡은 플랫폼이었다. 당시 마이스페이스 등 유명 해외 서비스에도 국내 시장을 내주지 않는 저력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함께 PC 위주의 사용 환경이 모바일로 빠르게 바뀌면서 싸이월드는 빠르게 시장을 잃어갔다. 싸이월드가 차지했던 자리는 페이스북 등 모바일에 특화된 글로벌 SNS가 차지했다.
최근 싸이월드는 새로운 부활을 위해 분주히 움직여 왔다. 지난해 모바일 최적화로 개편된 ‘싸이월드 어게인 8.0’ 버전을 선보이고 기존 사진 위주의 서비스를 동영상 중심으로 개편한다는 전략을 내세웠으며 최근 개발자 등 인력 채용을 대거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8월에는 삼성벤처투자로부터 투자까지 유치하는 성과를 이뤘다. 투자 규모는 약 5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일반적 벤처 지원 금액이 약 5억원 안팎으로 알려진 것에 비하면 대규모 투자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이 2000만명 이상에 대한 개인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데 투자했다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개편 후에도 이렇다 할 시장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지금으로써는 개인정보가 싸이월드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는 평가가 근거가 됐다.
이에 싸이월드가 가입자수와 이들에 대한 정보를 유지하고자 탈퇴를 고의적으로 막은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불거졌다. 현행법상 사업자는 가입자가 탈퇴하면 6개월 이내에 해당 개인정보를 파기 또는 별도 보관하도록 돼 있어 대규모 가입자 이탈이 발생할 경우 싸이월드는 ‘백지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는 부담을 안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A씨는 “투자를 하려는 삼성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많은 회원들이 피해를 보고도 사회적으로 문제가 안 되는 것 같은데 이런 기업이 투자를 받는다는 사실이 어처구니없다”고 꼬집었다.
업계 관계자는 “싸이월드가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가장 큰 무기이자 자산인 ‘추억’과 이미지를 지킬 필요가 있다”며 “재도약 준비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남은 이용자들의 불편은 악재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싸이월드 측은 이에 대해 “현재진행형인 개편 과정에서 해당 부분이 누락된 것 같다”며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