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함과 깔끔함을 강조한 패키지 디자인. 물티슈와 우유, 생수 등의 대표 제품. 매대에 나란히 진열된 모습. 노브랜드가 아니다. 이마트 대표 PB인 노브랜드를 제압하기 위해 나온 롯데마트의 새로운 PB다.
노브랜드와 다른 점이라면 패키지 포장이 노란색이 아닌 하얀색이라는 점. 그리고 브랜드와 함께 적힌 가격표다.'1000원', '2000원' 등 1000원 단위로 써 있는 이 가격표는 판매 기간 동안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9개월간 같은 가격으로 생산, 판매한다는 얘기다.
롯데마트는 26일 서울 영등포의 롯데리테일아카데미에서 노브랜드에 대항할 '온리 프라이스' PB브랜드를 선보였다. 남창희 MD부문장(전무)는 "패키지에 가격을 안쇄한 건 처음부터 끝까지 고객 신뢰를 이어가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프라이스(price)', 즉 '가격'을 이야기한 만큼 파격적으로 저렴하다. 지퍼백이 1000원, 소면도 1000원, 감자칩도 1000원이다. 피자치즈는 3000원, 포도씨유는 5000원, 올리브유는 7000원이다. 확실히 주부 입장에서는 '저렴하다'고 느낄 정도의 물가다.
실제로 롯데마트가 카테고리 1위 브랜드와 온리프라이스 PB상품을 비교한 결과 품목별 평균 단위당 가격이 51.3% 저렴했다. 노브랜드와 비교해도 약간씩은 싼 수준이다.
이렇게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건 개미식품, 자양F&B, 크린손 등 중소 파트너사를 발굴하고, 이들고 협의를 통해 생산할 양을 사전에 정해 전액 구매해 납품받기로 협의했기 때문이다.
또 자체물류창고를 활용해 일괄로 물량을 매입시켜 판매하는 방식으로 유통해 물류비용도 줄였다. 일례로 종이컵의 경우는 이같이 물류비용을 줄여 종이컵 1000개에 1만원으로 개당 10원까지 비용을 줄였다.
남 전무는 "예전에 파트너사들은 밴더를 통해 거래를 했었는데 밴더를 이용하면 거래장벽이 높다"라며 "파트너사와 수익을 공동 배분하는 방식을 통해 서로 상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질도 신경썼다. 노브랜드처럼 개수를 신선식품, 가전제품까지 늘리지는 않는다고 못박았다. 남 전무는 "얼마나 PB 갯수가 많느냐가 중요한지 따지는 시대도 있었지만, 이제 양적인 것보다는 고객의 뇌리에 남을 단 한 가지 상품, 시그니처 상품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온리프라이스 PB 카테고리는 고객의 구매빈도로 랭킹을 정하기 때문에 평균 고객이 많이 이용하는 데 따라서 상품선정이 된다"며 "가전 등은 우리가 해야 할 카테고리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올해 2월부터 종이컵과 키친타올 등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25개 품목의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소포장한 크리스피롤은 당초 9개월 사전 계획 물량인 9만 봉을 1개월 만에 모두 판매하고 9월까지 60만 봉 이상을 판매하기도 했다.
실제로 올해 매출은 530억원 정도의 매출을 잡고 있으며 2월부터 9개월 간 진행한 결과 83%의 제품이 예상한 수준을 뛰어넘는 성과를 보였고, 17% 정도의 상품은 예상보다는 저조했다. 80% 이상이 성공했으니 성공 확률이 높은 셈이다.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가격이 적용될까. 롯데마트는 가격이 올라도 롯데마트가 책임 진다는 구상이다. 남 상무는 "상품가격을 세팅하고 9개월동안 유지하기 때문에 잘 팔리면 3차, 4차가 나가고 안 팔리면 재고가 남게 된다"라며 "재고는 롯데마트가 폐기를 하든 기부를 하든 처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조업체에는 문제 없으리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올해까지는 고객이 원하는 상품이 어떤지 계속해서 확인하는 데 주목할 예정이다. 기존 상품 대비 평균 35% 가량 낮은 수준의 가격으로 2018년 하반기까지 405개 품목을 출시해 13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가시적인 계획을 잡았다. 400개라는 개수는 일견 많아 보이지만 보통 PB제품의 가짓수에 비해서는 많지 않은 숫자다. 품질을 엄격하게 관리한다는 기준 때문이다.
정재우 가공일상부문 상무는 "새로운 시도이기 때문에 MD들이 자리에 붙어 있을 수가 없을 정도로 매우 바쁘지만 자긍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며 "앞으로 초콜릿, 과즙음료, HMR 등 다양한 분야에서 PB상품을 기획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