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해외 강연을 위한 출국에 앞서 자신을 겨냥한 각종 불법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검찰 수사에 '선 긋기'를 하고 향후 소환 조사 등에 대비한 반박논리를 제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군 사이버사령부의 불법행위 의혹에는 "시시콜콜 지시한 바 없다"고 답하고, 보고를 받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상식에 안 맞다"고 지적해 '불법행위에 관여한 바 없다'는 메시지를 검찰에 던졌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바레인으로 출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6개월간 적폐청산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보복이냐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라고 말해 적폐수사를 향해 보수 야당이 제기한 '정치보복' 프레임과 같은 인식을 나타냈다.
이 전 대통령은 또 "우리는 안보외교 위기를 맞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군의 조직이나 정보기관의 조직이 무차별적이고 불공정하게 다뤄지는 것은 우리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만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해 현재 진행 중인 검찰의 군 사이버사령부·국가정보원 댓글 수사가 과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취지의 비판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눈곱만큼 군과 정보기관의 정치 댓글을 옹호할 생각이 없다. 잘못된 건 밝혀져야 하고 처벌되는 게 맞다"면서도 "국정원 심리전단장 이태하씨 공판이 진행되고 있다. 거기서 이미 밝혀진 일이지만 지금 문제가 된 댓글은 전체의 0.9%라는 것이 검찰이 제기한 자료에 나오고, 그중 절반만 법원이 받아들여 0.45%의 진실"이라고 거들었다.
앞서 국방부 조사본부는 2014년 8월 '국군사이버사령부 댓글 의혹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사이버사 심리전단 요원들이 2010년 1월 사이버사 창설 이후 2013년 10월까지 인터넷상에 게시한 글이 총 78만7200여건으로 파악됐고, 이 가운데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들의 의견을 비판하거나 지지한 글은 0.9%인 7100여건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전 수석의 발언은 이 혐의 내용과 이후 법원 재판에서 인정된 부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이나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댓글'을 문제 삼을 수 있지만, 대북 심리전 수행이라는 전체 취지를 도외시한 채 '일부에 한정된' 불법행위를 이유로 지난 정권의 군과 정보당국 활동 모두를 문제 삼아 주요 자리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을 처벌하려 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수석은 대통령의 지시하지 않았다고 의혹을 차단했다. 이 전 수석은 "(이 전 대통령은 군과 정보기관의 댓글을) 시시콜콜 지시한 바가 없다"라며 "대한민국 대통령이 그렇게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심리전이 강해지는 전장에서 불가피하게 증원을 허가한 것을 문제 삼는 것은 곤란하다"며 "세상에 어떤 정부가 댓글을 달라고 지시하겠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큰 틀의 지시를 내리고 보고받는 상황은 가능하지만, 그 취지를 벗어난 구체적인 불법행위의 존재 여부를 알지 못하며 더 나아가 이를 지시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취지의 항변으로 받아들여진다.
한편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측의 이날 발언에 대해 "입장이 없다"면서 일체의 반응을 삼갔다.
이날 오후 현재 청와대 게시판에는 7만7천여명이 이 전 대통령의 출국금지를 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에 참여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