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라이벌인 롯데와 신세계가 5년간 벌인 인천터미널을 둘러싼 전쟁에서 롯데가 최종 승리하며 인천종합터미널 내 백화점 영업권을 차지하게 됐다. 남은 쟁점은 신세계가 증축해 2031년까지 영업권을 보장 받은 신관이다. 이 신관은 전체 면적의 27%를 차지한다. 롯데와 신세계는 이 신관의 영업권을 놓고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은 14일 신세계가 인천광역시와 롯데인천개발을 상대로 제기한 인천종합터미널 부지 소유권 이전 등기 말소 청구 소송에서 롯데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1,2심 법원이 "인천시가 터미널 매각 시 다른 업체들에게도 매수 참여 기회를 줬기 때문에 롯데에만 특혜를 줬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던 내용을 번복하지 않고 따른 것이다.
원래 인천종합터미널에서는 신세계백화점이 1997년부터 인천시와 20년간 장기임대 계약을 맺고 영업을 해왔다. 신세계 인천점은 연 매출 8000억원대로 강남점, 센텀시티점, 본점에 이은 매출 4위 점포다.
그러다 인천시는 재정이 어려워지자 신세계에 부지 매입 여부를 타진했으나 결국 신세계보다 더 높은 가격을 써낸 롯데가 부지를 매입하게 됐다. 2012년 롯데는 인천광역시로부터 인천종합터미널 부지(7만7855㎡)와 건물 일체를 9000억원에 매입했다. 신세계로서는 알짜 상권을 그대로 롯데에게 뺏겨야 될 처지가 됐다.
신세계는 이에 반발해 인천시가 더 비싼 가격에 터미널을 팔 목적으로 롯데와 접촉했고 특혜를 줬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진행해왔다. 신세계의 임차계약 만료시점은 오는 19일이지만 신세계는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나갈 수 없다"고 버텨왔다.
이날 대법원 판결로 5년간의 갈등이 마무리되며 일단 신세계와 롯데백화점은 양측 모두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신세계 관계자는 "20년간 상권을 함께 일궈온 고객, 협력회사, 협력사원, 직영사원들의 혼란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롯데 측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터미널을 품에 안게 된 롯데백화점은 "협력업체 브랜드들은 모두 그대로 물려받을 것이며, 직원들의 고용안정은 물론 오랜 기간 신뢰관가 구축된 파트너사가 피해 입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롯데백화점은 앞으로 신세계백화점 부지를 그대로 백화점으로 운영하게 된다. 여기에 곧 이전되는 구월동 농산물도매시장 부지 5만6200㎡까지 매입한 바 있어 총 약 13만㎡ 일대를 백화점과 쇼핑몰, 고층아파트 등으로 '인천의 랜드마크'로 개발할 예정이다. 서울 소공동과 잠실의 롯데타운처럼 인천 일대에도 복합 롯데타운을 이룬다는 복안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인천터미널 부지를 매입하면서 인근에서 영업하던 인천점과 부평점은 10월 말 매각공고를 냈다"고 설명했다.
이는 공정위가 지난 2013년 롯데백화점의 신세계 인천점 매입에 대한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당시 공정위는 롯데의 매입을 승인하는 요건으로 독과점을 막기 위해 오는 19일까지 6개월 이내에 롯데백화점 인천점과 부천지역 백화점 1개 등 2개를 매각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긴 법적 분쟁은 마무리됐지만 앞으로 남은 쟁점으로 신세계가 증축한 공간에 대한 합의가 남아 있다. 롯데는 한 지붕 두 백화점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잔존가치(장부가)와 무형자산인 영업권을 포함해 금액을 정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앞서 2011년 1450억원을 투자해 터미널 부지에 1만7520㎡를 증축했고, 자동차 870여대를 수용하는 주차타워를 세웠다. 이를 인천시에 기부채납해 2031년까지 20년간 임차하는 계약을 맺었다.
따라서 올해까지인 20년인 임대기간과 달리 신세계가 신축한 지역은 원칙적으로 2031년까지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한 지붕 두 가족' 두 백화점이 공존할 수도 있다.
다만 유통업계에서는 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인천터미널 상권을 위해 인천점과 부평점 두 개 점포까지 매각을 감수한 롯데가 신세계의 영업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인천터미널을 겨우 손에 넣은 롯데 측 입장에서는 한지붕 두가족으로 되게 놔두지 않을 것"이라며 "신세계와의 협상을 통해 해결하려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