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뇌물 혐의를 밝혀내기 위한 검찰의 홈쇼핑업계 수사에 업계가 난감해하고 있다. 오너 대표가 불려가는 등 사건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규제산업인 홈쇼핑 사업의 구조적 특성에 비롯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은 5일 허태수 GS홈쇼핑 대표이사(부회장)을 뇌물공여 혐의로 피의자 입건하는 등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 허 대표가 전 전 수석뇌물을 제공했는지 여부를 놓고 정식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롯데홈쇼핑에서는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대표가 피의자로 입건돼 조사를 받았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 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지난달 28일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해 서울 영등포구 소재 GS홈쇼핑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진행한 바 있다.
압수수색을 마치고는 GS홈쇼핑의 수장인 오너가 허태수 대표이사를 입건하는 등 사건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허태수 대표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막내동생이다.
GS홈쇼핑은 롯데홈쇼핑에 이어 타깃이 된 데 대해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GS홈쇼핑의 경우 오너 대표가 직접 검찰에 불려가 롯데홈쇼핑보다 체감의 수준이 높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전 대표인 강현구 롯데홈쇼핑 대표가 피의자로 입건돼 조사받고 있지만 현재는 롯데백화점 출신 이완신 대표가 회사의 수장으로 있어 충격은 덜한 상황이다.
검찰은 2013년 10월 전병헌 전 수석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GS홈쇼핑의 화장품 배합 금지 물질인 스테로이드가 함유된 일명 '기적의 크림'에 대한 소비자 피해보상 건수가 많다는 자료를 배포한 뒤 회사 측과 접촉한 정황을 확인했다.
또한 당시 전 전 수석이 허 대표에 대해 국감 증인 신청을 했다가 취소하고 같은해 12월 GS홈쇼핑은 전 전 수석이 명예회장으로 있던 e스포츠협회에 1억5000만원의 기부금을 전달했다.
앞서 검찰은 전 전 수석이 2015년 4월 재승인을 앞둔 롯데홈쇼핑으로부터 자신의 입김 아래 있던 e스포츠협회에 3억3000만원을 후원하게 한 혐의를 포착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당시 롯데홈쇼핑은 신헌 전 롯데홈쇼핑 대표의 납품비리와 불공정 거래 행위 등이 밝혀지면서 이에 따른 공정위의 제재 등으로 코너에 몰려 있던 상황이었다. 기존 재승인 연한인 5년보다 2년 단축된 3년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승인취소가 날 뻔했던 사건이었다. 승인 취소는 곧 사업의 종료를 의미하는 만큼 절박했다는 것이 당시 분위기다.
이 때문에 롯데홈쇼핑이 전방위적 로비를 펼쳤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당시 미래창조과학부 야당 간사였던 전 전 수석은 롯데홈쇼핑으로부터 700만~800만원 상당의 기프트카드를 가족들이 쓰게 하고 롯데 고급 리조트에서 공짜 숙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러나 홈쇼핑 업계의 경우 규제가 심한 홈쇼핑 산업의 구조를 짚지 않고는 풀리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규제산업인 홈쇼핑의 경우 당시 미래창조과학부, 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규제를 강하게 받는다. 재승인을 받지 못하면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런 미래창조과학부에 거의 유일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이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회의원들로 이들에게 로비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을 어겼다면 변명의 여지는 없지만 규제가 심한 산업이다 보니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라도 무릅쓸 수밖에 없는 상황적 조건이 있다"고 호소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