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찮다’는 말이 있다. 국립국어원은 이를 ‘꼭 우연한 것은 아니나 뜻하지도 아니하다’로 정의한다. 그렇다면 우연(偶然)이란 무슨 뜻인가. ‘아무런 인과 관계가 없이 뜻하지 아니하게 일어난 일’이란 의미다. 영하 20도, 혹한의 계절에 그들과 조우한 것은 우연이었다. 그들, 봅슬레이 국가대표팀과의 짧은 만남은 오랜 여운을 남겼다.
13일 강원도 평창에 위치한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는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산기슭을 훑으며 내리치는 바람에 눈조차 얼어있는 듯 했다. 살을 에는 추위였지만, 슬라이딩 코스를 따라 아로새겨진 불빛만큼은 실로 장관이었다. 센터로 향하는 버스 안에선 탄성이 흘러나왔다. 순간을 기록하고픈 방문객들은 사진 찍는데 여념이 없었다. 동계올림픽 설상 경기장에 도착했음을 그제야 실감했다.
슬라이딩 센터에서는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등의 경기가 치러진다. 동계올림픽을 기념코자 총 트랙의 길이는 2018m다. 실제 대회에는 1300~1500m가 사용되고, 나머진 선수들의 연습 트랙으로 쓰인다. 과거 아스팔트 위에서 연습하던 국내 봅슬레이 대표팀으로선 퍽 나아진 환경이다. 운이 좋았다. 연습 준비에 한창인 한 선수와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 대표팀 분위기가 어떻습니까.
“현재 다들 웃으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 과거에 비해 훈련 여건이 나아진 것 같습니다.
“예, 많은 지원이 있었습니다.”
- 한편으론 부담이 되기도 할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올림픽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없을 순 없지요.”
- 봅슬레이 대표팀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 변화를 느끼십니까.
“제가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봅슬레이를 모르는 분들이 대다수였습니다. 현재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십니다. 응원도 많이 해주시고요.”
- 현재 대표팀 선수는 몇 명이나 있습니까.
“남자 봅슬레이 선수가 13명가량 있습니다. 여자 선수는 5명 정도입니다.”
- 여자 선수들은 비교적 덜 알려진 것 같습니다.
“최상위권 대회의 성적이 아주 높다고는 할 수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아메리카컵 등에서는 우승을 하면서 높은 기량을 선보였습니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봅슬레이는 135km를 빠르게 질주하는 위험하고도 매혹적인 스포츠다. 대중의 뇌리에 봅슬레이가 새겨진 계기는 영화 ‘쿨러닝(1993)’이라 할 수 있다. 자메이카 국가대표팀의 실화를 다룬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봅슬레이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국내 봅슬레이 선수들이 알려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밤이 깊어지자 온도는 더 떨어졌다. 그러나 슬라이딩 센터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올 겨울 가장 추웠던 날 기자는 ‘겨울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은 평생 추위와 얼음, 가속도와 중력을 극복하며 살아왔고, 살아 갈 것이다. 쉴 새 없이 달려드는 얼음조각, 거센 바람은 늘 이들을 가로막는다. 폭발하는 심장 박동, 땀과 눈물을 밑천삼아 그들은 오늘도 한계에 도전한다. 빙판 위를 질주하는 겨울 사람들, 봅슬레이 국가대표팀의 겨울은 그래서 항상 뜨겁다.
평창=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