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그룹 계열 건설사들의 내부 거래 비중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계열 건설사들이 높은 내부거래를 일삼아 '일감몰아주기' 혜택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그룹 의존도는 여전히 높았다.
1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건설, CJ건설, SK건설, 롯데건설 등 건설사들의 내부거래 비중이 다른 건설사보다 현저히 높게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매출액 대비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60% 이상을 계열사간 내부 거래를 통해 수익을 얻고 있었다.
30대 그룹 계열 건설사 가운데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신세계건설'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2분기 신세계건설의 매출액은 5632억원으로 이 중 신세계그룹 계열사에서 얻은 수익은 총 3735억원에 이른다. 전체 매출액의 66.3%를 그룹 계열사에서 거둔 셈이다.
신세계 건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그룹물량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가 넘었다. 신세계건설은 지난 2015년 매출에서 그룹 계열사 수주 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81.6%, 지난해는 82%에 달했다. 그룹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외부사업 매출비중 확대에 팔을 걷었지만 여전히 과반이 넘는 그룹 의존도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CJ건설 역시 내부거래 비중이 30%가 넘는다. CJ건설은 CJ대한통운·CJ오쇼핑·CJ제일제당 등에서 공사물량을 받고 있다.
대형 건설사 중에서는 SK건설과 롯데건설이 그룹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높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건설은 올해 상반기 그룹 계열사와의 거래로 7783억7468만원의 매출을 거뒀다. 지난해 동기보다 2.24%(약 175억원) 증가한 수치다.
세부적인 거래내역을 살펴보면 SK이노베이션(235억7927만원), SK하이닉스(489억9602만원) 등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는 모그룹 계열사로부터 올린 수익이 많았다. 반면 SK케미칼(150억3466만원), SK네트웍스(911만원), SK가스(57억162만원) 등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과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 맡고 있는 모그룹 계열사와의 거래 비중은 낮았다.
SK건설은 지난해 역시 SK㈜,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브로드밴드, SK이노베이션 등 그룹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1조9113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롯데건설은 주택사업 호조에 힘입어 최근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계열사와의 내부 거래가 많다는 것은 불안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롯데건설은 올 상반기 매출 2조5567억원 중 내부거래로만 7249억원을 거뒀다. 호텔롯데(1018억원), 롯데쇼핑(1437억원), 롯데물산(1681억원) 등 지분 관계를 가진 계열사가 주요 발주처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에도 총 매출 4조6378억원 가운데 1조7680억원(38%)을 내부거래로 벌었고 2015년에도 내부거래 비중이 32.3%에 달했다. 2014년에는 매출 4조4498억원 가운데 내부거래로 2조1423억원(48.14%)을 기록하는 등 내부거래 비중이 50%에 달하기도 했다. 2010년 이전에 완공한 사업 14건 중 12건의 발주사가 롯데쇼핑, 롯데물산 등 그룹 계열사다.
건설사 입장에서 그룹 공사는 '알짜' 사업으로 분류한다. 외부 수주를 위한 노력이 필요없고 치열한 저가 수주 경쟁없이 안정적으로 높은 공사수익을 담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매출 원가율이 80~90%로 수익성을 보장받는 데다 발주처와 공기 지연으로 마찰을 빚는 일도 피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내부거래가 높은 기업의 경우 향후 경영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내부거래에만 의존하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고 모기업에만 의존해 홀로서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계열 건설사들이 당장은 내부거래를 통해서 수익을 얻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내부 거래가 끊기면 사업을 유지하기 힘들어 진다"며 "사업 다각화를 통해 독자적으로 수익을 창출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연진 기자 ly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