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과 배임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10년을 구형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1심 선고공판이 만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롯데그룹은 긴장하고 있다. 만약 실형 선고 시에는 곳곳에서 총수 공백이 우려되면서 큰 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오는 22일에는 신동빈 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서미경 씨 등 롯데 총수일가의 경영비리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이 열린다.
신동빈 회장은 결심공판에서 징역 10년을 구형받았고, 신동빈 회장의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도 똑같이 징역 10년을 구형받았다.
신동빈 회장의 누나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신격호 회장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서미경씨는 7년을 구형받았고,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5년을 구형받았다.
신동빈 회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과 서미경 씨 등 총수일가를 계열사 등기임원으로 올려 회사 자금 508억원을 '공짜 급여'로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또 부실화한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타 계열사를 동원하는 식으로 회사에 1300억원대 손해를 입힌 배임 혐의도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2006년 차명 보유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6.2%를 서씨 모녀와 신 이사장이 지배하는 해외 특수목적법인(SPC)에 액면가에 넘겨 증여받은 이들이 706억원대 증여세 납부를 회피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신격호 총괄회장의 경우 95세라는 고령의 나이와 치매를 앓고 있다는 점이 어느 정도 형량에 참작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신동빈 회장이다. 만약 실질적인 롯데의 수장인 신동빈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롯데그룹의 앞길에는 어두움이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진행하고 있던 사안들은 올 스톱될 가능성이 커진다.
대표적으로 신동빈 회장이 롯데월드타워 완공 이후 '뉴 롯데'를 선언하며 야심차게 발을 내딛은 지주사 체제와 10조원 넘게 투자한 해외사업이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롯데지주의 경우 계열사 91개 중 40여개 기업만 편입한 상태로 케미칼, 호텔 등 계열사들을 완전히 편입하지 못한 상황이다. 신 회장이 영어의 몸이 될 경우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 노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여기에 신동빈 회장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는 황각규 사장과 소진세 사장마저 실형이 선고될 경우 롯데그룹의 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22일에는 총수 일가와 함께 기소된 황각규 롯데그룹 경영혁신실장(사장), 소진세 롯데그룹 사회공헌위원장(사장),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도 같은 날 1심 선고를 받는다. 이들에게는 각각 징역 5년이 구형됐다.
횡령 배임 혐의뿐 아니라 신동빈 회장은 K스포츠재단을 통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서도 징역 4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법원이 내년 1월 선고공판에서 신 회장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를 유죄로 판단할 경우 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해야 할 가능성도 있어 악재가 더해진 상황이다.
이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한 중국의 보복으로 주요 롯데 계열사들이 사업 악화에 직면한 가운데 검찰 수사와 관련한 오너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계열사의 신용등급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지난달 한국기업평가는 롯데쇼핑의 신용등급AA+에 대한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도 롯데쇼핑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봤다. 한국신용평가는 호텔롯데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강등한 바 있다.
롯데그룹은 "내부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숨 죽이고 있다"며 "이와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은 따로 내놓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