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 거리로 나왔다. 신세계의 뷰티 편집숍 시코르가 백화점 내부나 인근이 아니라 강남대로에 나와서 따로 영업을 처음 시작한다.
백화점에서 나와 '홀로서기'를 하는 '백화점 전문점'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정유경 사장의 의지와 감각이 들어가 있다.
22일 서울 강남대로 금강제화 빌딩에 들어선 시코르 플래그십 스토어에 가봤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1061제곱미터(321평)의 공간에 250여개의 뷰티 브랜드들이 빼곡히 들어섰다.
1층은 주력인 메이크업숍, 2층은 기초 제품과 바디제품, 향수, 속옷매장으로 꾸미고 지하 1층에는 헤어케어와 키즈존, 남성용품을 배치했다.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는 매장 중에 가장 큰 규모다.
이은경 시코르 담당 팀장은 "랑콤, 나스 등 백화점 입점 브랜드뿐 아니라 뷰티 루키라고 할 수 있는 라뮤즈, 렛미스킨과 헉슬리, 클레어스, 라곰 등 가성비 좋은 뷰티 브랜드들도 입점시켜 전 연령층을 아우를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백화점과 달리 자유롭게 브랜드를 보면서 교차 구매를 할 수 있고, 직원의 부담스러운 안내를 받지 않고도 편리하게 쇼핑하도록 한 점이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시코르가 공을 들인 건 1층의 메이크업숍이다. 셀프바인 뷰티 스테이지를 강화했다. 메이크업을 시연해주는 메이크업 스튜디오, 셀프 헤어바와 스킨케어바 등을 운영한다.
메이크업숍에서는 립, 아이 등 섹터별로 나누어져 고객의 편리를 더했다. 각 섹터에는 직접 체험을 해볼 수 있는 체험존이 마련돼 있었다. 베네피트의 경우 키트를 구입하면 브로우왁싱을 해주는 방식의 체험존이 구성돼 있다.
시코르는 메이크업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하기 위해 화장품이 쏟아진 듯한 느낌을 주는 계단을 조성했다. 조명이 달린 화장대를 가운데에 배치해 체험존을 강조하고 있었다.
상품의 다양성도 확보됐다. 랑콤, 나스, 설화수, 맥, 바비브라운, 메이크업포에버, 슈에무라 등의 프리미엄 제품부터 조성아뷰티, 3CE, 에스쁘아 등 기존 드럭스토어에서 잘 나가던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들도 대거 들어왔다.
기초제품의 경우에도 헉슬리, 클레어스, 라곰 등 가성비 브랜드들이 함께 모여 선택폭을 넓혔다. 헉슬리는 시코르에 오프라인으로는 처음으로 입점하면서 매출이 5배 뛰어오르기도 했다.
니치향수인 에르메스퍼퓸, 딥티크, 펜할리곤스, 아닉구딸 등 백화점에서 구입할 수 있었던 향수들도 들어와 오감을 즐겁게 했다.
이 같은 시코르의 전문점 진출에는 정유경 사장의 세심한 고려가 있었다는 평가다. 이은경 시코르 팀장은 "고객이 사기에 편리하게끔 하도록 하라는 이야기를 하셨다"며 "다양한 제품을 비교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매장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백화점으로는 성장 한계가 있는 시점에서 전문점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정유경 사장의 첫번째 실험이 바로 이 시코르다. 앞으로 백화점에서만 보던 패션의류들도 전문점 형태로의 진출을 구상하고 있다.
시코르는 지난해 말 대구신세계점에 처음 오픈했다. 이후 올해 신세계 강남점, 부산신세계 센텀시티점, 스타필드 고양점, 광주신세계점에 이어 6번째 매장을 오픈하게 됐다.
그동안 샤넬과 맥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매장은 그대로 두면서 시코르 매장 옆에 새로운 매장을 오픈하는 등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왔다.
전반적인 가격은 기존 화장품 편집숍에 비해서는 아주 싸지는 않은 편이다. 백화점에 기초한 브랜드가 많기 때문인 점도 있다.
보통 2만원대면 비싼 브랜드로 여겨지고 1만원대 제품이 많은 기존 드럭스토어와 달리 2만원대가 적고 3만원~4만원대의 상품도 많이 보이는 등 가격대 자체는 조금 더 높은 수준이다.
매장에서 만난 이 모(29·여)씨는 "생각보다 비싼 브랜드가 많은 것 같다"며 "기존 브랜드숍에 비하면 비싼데, 종류가 다양한 것은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김 모(31·여)씨는 "신세계 편집숍인지 몰랐는데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많아서 좋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해외잡화담당 김영섭 상무는 "시코르가 드디어 백화점 밖에서 고객들을 만나게 됐다"며 "강남 K뷰티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