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13 지방선거가 가시권에 들어왔습니다. 여·야는 본격적인 지방선거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다만, 자유한국당(한국당)은 안팎으로 혼란에 빠져있는 모습입니다.
한국당의 인사개혁은 당내 갈등을 심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류여해 전 한국당 최고위원이 26일 당에서 제명됐습니다. 당협위원장 자격을 박탈하는 당무 감사 결과에 반발, 류 전 위원이 홍준표 한국당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방했다는 게 이유입니다. 류 전 위원은 제명된 이후 “홍 대표가 ‘너는 말하지 마라. 여자는 가만히 있는 게 제일 예쁘다. 밤에만 쓰는 것이 여자다’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이날 “24년 동안 정치활동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성희롱 발언을 한 일이 없다”며 “류 전 위원은 ‘어이없는 짓’을 해서 당에서 제명된 사람이다. 믿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습니다.
홍 대표는 인사 개혁 일환으로 류 전 위원을 비롯, 62명의 당협위원장 자격을 박탈했습니다. 당협위원장 자격이 박탈된 위원 가운데 다수가 친박(친박근혜)로 알려져 ‘친박 청산’을 통한 ‘홍준표 사당화’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습니다.
한국당은 외부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당은 의석수 116석을 보유하고 있는 제1야당입니다. 그러나 제1야당에 걸맞지 않게 ‘한국당 패싱’이라는 오명이 따라붙었습니다. 지난 6일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한국당은 정부가 중점을 둔 공무원 증원 등 내용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그러나 예산안은 그대로 통과됐죠. 이에 한국당 내에서는 “예산정국에서 한국당은 전략은 고사하고 토론 한 번 못했다. 분명한 한국당 패싱”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임시국회 개최를 놓고도 한국당 패싱이 또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습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원내 지도부 회의에서 “한국당을 설득하겠지만, (협의가) 안 될 경우 인사문제와 민생법안의 시급한 처리에 동의하는 정당과 함께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3당 협의가 여의치 않을 경우 한국당을 배제하고 국민의당과 법안 처리를 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한국당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권석창 한국당 의원이 ‘갑질’ 논란을 빚었습니다. 권 의원은 지난 24일 ‘제천 화재 참사’ 현장을 찾았습니다. 경찰은 사고 장소로 들어가려는 권 의원을 제지했습니다. 화재 장소는 현장감식, 원인규명 등 이유로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죠. 권 의원은 “내가 국회의원인데 왜 못 들어가냐”며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권 의원은 곧 충북경찰청장에게 전화해 출입 승낙을 받아냈습니다. 그는 이어 경찰에게 “국회의원이 못 들어가는 곳은 여기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국민의 질타는 한국당으로 향했습니다. 네티즌들은 “한국당은 국민 무서운 줄 알아라. 아무 데서나 갑질하지 말아라” “한국당은 모든 면에서 반성이 필요하다” 등 반응을 보였습니다.
쿠키뉴스가 지난 1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당별지지도는 민주당 48.4%, 한국당 17.1%, 국민의당 6.9%, 바른정당 5.8%로 조사됐습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할 경우, 한국당의 지지율이 3위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두 야당의 통합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만큼, 한국당에 주어진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홍 대표는 26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당 혁신위원회를 통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희생, 솔선수범을 가치로 하는 제대로 된 신보수주의 정당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홍 대표가 말한 신보수주의 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당의 근본적 쇄신이 먼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요.
심유철 기자 tladbcjf@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