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사퇴를 지시했다고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법정에서 인정했다. CJ 측에 대통령을 언급한 사실이 청와대에 알려지자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전화해 "일을 왜 그렇게 처리하느냐"고 질책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8일 열린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 전 수석은 이 같이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수석은 2013년 7월4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현오석 당시 경제부총리의 정례보고에 정호성 부속비서관과 배석했다.
박 전 대통령은 보고 이후 "'조 전 수석은 잠깐 기다리라'며 돌려세워 둘다 선 상태에서 'CJ그룹이 걱정된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에서 물러나고 이미경 부회장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조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이 CJ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 손 회장과 이 부회장의 사퇴를 지시하는 것이라 짐작했느냐", "이 부회장을 경영에서 물러나게 하라는 대통령 지시로 받아들였으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말했다.
다음 날인 2013년 7월5일 조 전 수석은 서울의 한 호텔에서 손 회장을 만났다. 그는 "당시 손 회장에게 '대한상의 일은 접고 자연스럽게 이 부회장도 일선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결국 손 회장은 7월8일 대한상의 회장에서 사퇴했다.
조 전 수석은 그해 7월 말 손 회장이 전화해 '이 부회장의 퇴진은 대통령의 뜻이냐'고 묻자 "확실하다, 제가 직접 들었다, 그냥 쉬라는데 그 이상 뭐가 더 필요하십니까, 너무 늦으시면 저희가 난리난다, 지금도 늦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고 이날 법정에서 인정했다.
당시 손 회장은 해당 통화를 녹음했고, 이 녹취록이 청와대에 전해져 조 전 수석은 당시 민정수석에게 '대통령을 뜻을 팔고 다니냐'는 힐난조의 말을 들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 전 수석은 그로부터 1~2주쯤 지난 후 박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대통령은 일반적인 업무내용을 지시하고 맨 마지막에 'CJ는 왜 그렇게 처리하셨어요'라고 말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인정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