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오는 3월 판교 사옥 시대를 마무리하고 서울 강동구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 사옥으로 이전한다. 이번 사옥 이전을 계기로 그룹내 두 건설사간 합병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사옥을 합치면서 올해 중에 합병이 본격적으로 추진돼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25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서울 강동구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 사옥인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에 오는 3월까지 이전을 완료할 계획이다.
현재 삼성엔지니어링 사옥은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사내 어린이집 조성은 물론 사옥 이전과 관련된 각종 행정 절차 등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사옥은 대지 2만7604㎡에 A(17층)·B(14층)·C동(8층) 총 3개동에 걸쳐 연면적 18만1756㎡로 지어졌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이전하면 B동을 쓰고, 삼성엔지니어링 직원 약 2700명이 A와 C동을 쓸 계획이다.
앞서 삼성엔지니어링은 자본 잠식을 해결하기 위해 상일동 사옥 매각을 추진하다 지난해 3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건물 일부를 임대하기로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삼성엔지니어링 사옥으로 이사하는 것을 계기로 그룹내 두 건설사간 합병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두 회사의 합병설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올해 사옥을 합치면서 자연스레 합병 수순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합병설에 더욱 무게를 싣는 것은 삼성물산 내에 'EPC 경쟁력강화 태스크포스(TF)' 신설이다. EPC는 설계·조달·시공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대형 프로젝트 사업을 의미한다.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건설, 조선, 중공업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컨트롤타워가 생긴 셈이다.
이 컨트롤타워의 수장은 삼성 미래전략실 출신의 김명수 삼성엔지니어링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이 맡는다.김명수 부사장은 2014년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 작업을 주도한 인물이다.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합병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그가 건설 계열사의 사업구조 재편의 '키맨'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두 회사는 이미 각종 구조조정에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조직 슬림화를 추진해왔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본부급 규모에서 팀급 규모로 조직을 슬림화했다. 또 삼성물산 전체가 이전하는게 아니라 건설만 따로 간다는 것도 큰 틀에서 합병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한때 바닥을 치던 실적도 지난해 상당 수준 회복한 것도 합병 시기가 도래했다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적 턴어라운드 시기에는 주가 상승폭이 큰 편이라 이 때에 합병을 추진하는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합병 방식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100% 자회사로 분할해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 후 존속회사로 남기는 삼각분할합병 방안이 거론되기도 한다. 삼각분할합병은 자회사가 특정 기업을 인수할 경우 모기업의 주식으로 인수대금을 치를 수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대주주인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지주사인 삼성물산 지분을 더 받기 때문에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이 높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사업을 축소하면서 다른 회사에 매각될 것이라는 소문도 많았지만, 현재로서는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하는 방안이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삼성물산 내 사업을 정리하면서 업종이 겹치는 건설부문을 떼어내 삼성엔지니어링과 합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이연진 기자 ly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