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사장의 '남매경영'이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양호한 실적을 내놓은 것은 물론, 연초부터 M&A와 대규모 투자를 이끌며 공격적인 경영을 실시하고 있다. 서로간 경쟁으로 신사업을 적극 실시하는 등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세계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3조8721억원, 영업이익이 3449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31.4%, 37.2% 증가했다. 2011년 신세계가 할인점 이마트와 백화점 신세계로 분할된 이래 매출과 영업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매출액은 15조1772억원으로 8.1% 성장했고, 영업익은 5669억원으로 전년 대비 0.3% 줄었다. 2016년에는 매출이 14조358억원, 영업익 5685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점차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신세계그룹의 남매경영은 지난 2015년 12월 정유경 부사장이 총괄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토대를 갖췄다. 이어 지난해 4월 신세계와 이마트 지분을 맞교환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책임경영 이후 계속해서 신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정유경 사장의 키워드는 면세점, 전문점(까사미아, 시코르), 신세계인터를 통한 화장품 사업 등으로 요약된다. 정용진 부회장은 온라인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는 깜짝 발표를 했고 전문점(노브랜드)과 스타필드, 이마트24등의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신세계의 경우 새롭게 시작한 면세점 사업이 두각을 나타냈다. 신세계DF는 작년 3분기까지 매출 6453억원, 영업익 39억원을 기록했다. 명동점에 이어 강남점도 올해 말에는 오픈할 예정이다. 또 신세계 인터내셔널을 통해 시작한 화장품 사업도 지난해 매출 627억원, 영업익 57억원을 달성했다.
신세계는 지난해 뷰티편집숍 시코르의 첫 가두점을 냈다. 백화점의 미래를 전문점으로 잡고 그 첫 시작으로 화장품 편집숍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시코르는 대구신세계백화점을 시작으로 서울 센트럴시티 등 5개점에 달한다.
최근에는 가구 전문점 까사미아를 인수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지다. 까사미아 인수는 정유경 사장이 2015년 신세계의 책임경영을 본격화한 후 첫 M&A로 큰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까사미아는 고급 가구 브랜드로 신세계 백화점이나 스타필드 등 신세계 유통망에 입점하며 공격적으로 확장할 것을 예고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 PB에 기반한 노브랜드를 지속적으로 키워가고 있다. 노브랜드 전문점은 지난 2016년 시작 이후 1년 5개월 만인 2월까지 100호점을 돌파할 예정이다. 노브랜드와 피코크를 앞세워 베트남 등 이마트의 해외 진출도 강화하고 있는 데다 신세계푸드와 제주소주 인수 등으로 식음사업도 키우고 있다.
여기에 정 부회장은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와 이마트24를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스타필드는 하남과 코엑스, 고양에 이어 창원을 다음 타깃으로 잡고 있다. 이마트 24의 경우도 편의점업체 위드미를 인수한 이후 지난해 이마트24로 이름을 바꾸어 2600여점으로 단숨에 편의점업계 4위로 뛰어올랐다.
게다가 올초 정 부회장은 예고했던 '깜짝 발표'로 신세계와 이마트 온라인몰을 별도법인으로 분할 뒤 합병할 것임을 밝혔다. 여기에 외국계 투자운용사에 1조원의 투자를 받아 자체 경쟁력을 키워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쿠팡과 티몬, 위메프 등이 이끌어가고 있던 이커머스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앞으로 통합 온라인 사업 플랫폼인 쓱닷컴의 구축을 통해 쇼핑에서 결제까지 원스톱으로 통합된다. 배송 시스템도 3시간 단위 예약배송이 가능하도록 하고, 물류시스템도 더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와 이마트의 미래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지난해 실적이나 온라인 사업이나 까사미아 신사업 진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백화점과 면세점 사업의 견조한 실적에 시코르 출점을 통한 화장품 전문점 진출, 까사미아 인수를 통한 홈퍼니싱 진출, 온라인사업부 분할과 투자 유치를 통한 온라인가치 재평가 등 중장기적 모멘텀이 풍부하다"고 말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글로벌 유통산업 트렌드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 붕괴"라며 "이커머스 신장률에 따라 이마트도 재평가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남매경영에 들어간 이후 신사업을 확장하면서 재계 10위권에 진입하는 등 성과가 나고 있다"고 밝혔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