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1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방북초청이라는 '파격 카드'를 제안하면서 문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한반도 평화외교'가 중대국면을 맞았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012년 자신의 통치체제를 구축한 이래 남한 최고지도자에게 평양 방문을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고 이를 토대로 한반도 정세대응의 틀을 새롭게 바꿔보겠다는 나름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의 '특사'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문 대통령에게 전달한 '친서'(親書)는 김 위원장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담았다는 게 청와대의 강조점이다.
이에 따라 그간 남북관계 개선을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의 마중물로 삼겠다고 천명해온 문 대통령으로서는 전례 없는 '긍정적 환경'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제안을 즉각적으로 수락하지 않은 채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나가자"며 신중하게 대응했다.
문 대통령이 여기서 언급한 '여건'의 핵심은 북핵문제의 진전이다. 남북이 '정상 차원'의 담판을 통해 큰 틀에서 관계개선을 이뤄보자는 뜻에는 공감하지만, 한반도 최대현안인 북핵문제가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무작정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의미있는 성과를 낳을 수 없다는게 문 대통령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여건이 갖춰지고 전망이 선다면 언제든지 정상회담에 응할 생각이 있다"면서 "남북관계 개선과 함께 북핵문제 해결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북핵문제의 진전을 방북의 '조건'으로 삼고 있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의 추구라는 국내 정책적 측면과 함께 동맹국이면서 한반도 문제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미국과의 현실적 '공조'를 감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이번 평창올림픽을 고리로 한 남북관계 개선을 지지하면서도 비핵화를 전제하지 않은 북미대화에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리인으로 평창을 찾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오히려 북한의 핵포기를 향해 "최대한의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북미 간에 조기대화가 필요하다"며 "미국과의 대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