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3일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면세점 신규특허와 관련한 청탁을 한 혐의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롯데는 '총수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됐다. 이번 판결로 롯데는 잠실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사업권 취소 위기에 놓인 데다가 롯데홈쇼핑 재입찰을 앞두고 악재를 맞게 됐다. 더 나아가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주도권 싸움도 지속되게 됐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지난 14일 임시 사장단회의를 개최해 황각규 롯데지주 공동대표(부회장)과 민형기 컴플라이언스 위원장, 식품·호텔·유통·화학 4대 BU 부회장을 축으로 하는 비상경영위원회를 결성해 경영 공백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그 앞에는 다양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당장 오는 27일 열릴 롯데지주 주주총회가 총수 부재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 이뤄진다. 이날 롯데는 롯데상사, 롯데지알에스, 한국후지필름, 롯데로지스틱스, 대홍기획, 롯데아이티테크 등 6개 비상장 계열사를 롯데지주와 흡수, 합병하기 위한 안건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롯데 측은 이미 신동빈 회장의 경영능력이 입증됐고 우호지분이 굳건하기 때문에 해당 안건 처리는 무난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다만 혹시나 하는 우려감은 커지고 있다.
신 회장의 부재로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공격은 날로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서는 경영진이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책임을 지고 이사직에서 사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때문에 일본 롯데홀딩스가 조만간 신 회장의 부재를 틈타 이사회나 주주총회를 열어 신 회장의 대표이사직 해임안을 결의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여기에 신동빈 회장의 청탁 목적으로 지목되고 있는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은 어렵게 받은 특허를 취소당할 궁지에 몰리게 됐다. 관세청은 관세법상 특허신청 업체가 거짓이나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특허를 받은 경우 특허취소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관세청에서는 판결 내용을 분석해 특허취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판결 내용을 정확히 분석해 위법 내용과 정도를 확인하고, 전문가의 자문 등 면밀하고 충분한 법리검토를 거쳐 특허 취소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은 2015년 두 번의 면세점 대전에서 고배를 마셔 영업정지가 된 상태였다. 그러다 2016년 4월에서야 신규 특허를 발급받으며 구사일생으로 영업 기회를 얻었다.
롯데홈쇼핑 재입찰도 관건이다. 롯데홈쇼핑은 오는 5월 재승인 발표를 앞두고 재승인 작업을 해 왔다. 롯데홈쇼핑은 강헌구 전 대표 재임 시절인 2015년 7월 재승인 대가로 전병헌 전 수석이 회장으로 있던 한국 e스포츠협회에 3억원을 후원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홈쇼핑의 경우 신동빈 부회장의 부재로 롯데홈쇼핑 재승인도 안개속으로 빠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각 계열사 대표에게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임직원, 고객,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을 안심시키고 정상적으로 경영에 임해주기를 당부했다"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