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대표이사 사임으로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영향력도 커질지 관심사다.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로 있는 광윤사의 최대주주가 바로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동빈 회장의 부재를 틈타 신동주 전 부회장의 입지가 커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신동주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 부재 중인 일본 롯데홀딩스에 끼치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어 롯데는 지금까지 경영권 다툼에서 최대 난관에 봉착할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21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신 회장의 롯데홀딩스 대표 사임 건이 승인됐다고 밝혔다.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는 대표권을 반납하겠다는 신 회장의 의견 표명으로 컴플라이언스 위원회의 의견과 경영 방향 등에 대한 내용을 검토하고 신 회장의 제안을 수용했다.
신 회장의 의사대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일본 롯데홀딩스는 쓰쿠다 대표 단독체제가 된다.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에서 그동안 맡아오던 부회장직은 유지됐지만 신동빈 회장의 입지는 예전보다는 다소 좁아질 예정이다.
현재 일본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28.1%를 보유한 광윤사다. 광윤사의 뒤를 이어 종업원지주회(27.8%)와 일본 롯데 계열사(20.1%) 등이 주요 주주로 올라 있다.
이 광윤사의 최대주주가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다. 광윤사는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최대주주(50%+1주)다. 1주는 신격호 회장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신동빈 회장의 광윤사 지분은 1.4%에 불과하다.
광윤사는 2015년 10월 임시 주총과 이사회를 열어 신동빈 회장을 등기이사에서 해임하고, 신동주 전 부회장이 광윤사 지분 50%+1주를 갖는 최대주주가 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신동빈 회장이 신격호 회장의 정신건강을 이유로 일본 내에서 이 주총 결정을 무효화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는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쓰쿠다 대표는 신격호 회장의 신임을 두텁게 받았으며 신동빈·신동주 형제간 권력다툼 과정에서 신동빈 회장의 손을 사실상 들어준 사람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2015년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해임된 이후 4차례 진행된 주총 표대결에서 번번이 신동빈 회장에 패한 바 있다. 여기에는 쓰쿠다 대표의 입김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신동빈 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려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고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로 신동빈 회장 부재 상황에서 쓰쿠다 대표가 광윤사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을 거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구속된 다음 날인 14일 입장문을 내고 신동빈 회장의 즉각 사임을 요구한 바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의 즉시 사임, 해임은 물론 기업 지배구조의 발본적인 쇄신과 구조조정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신동빈 회장은 그동안 한국롯데 지배구조의 정점인 호텔롯데 상장과 기타 계열사 상장 등을 통해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전략을 펴 왔다. 그러나 이번 구속과 대표이사직 사임으로 한국 롯데를 좌지우지하는 롯데홀딩스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경영권을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 주목되고 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