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신세계도 철수 고민하는데…인천공항-면세업계, 2주간 입장 평행선

신라·신세계도 철수 고민하는데…인천공항-면세업계, 2주간 입장 평행선

일괄인하 vs 개별인하 두고 이견…협상 가능성은 열어둬

기사승인 2018-02-28 05:00:00


인천공항 제2터미널이 개장하면서 배치된 비행기 종과 대수가 조정되는데도 임대료는 일괄 기준으로 적용되면서 기존의 제1터미널에 있던 면세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주류매장만 빼고 철수를 선언한 롯데면세점에 이어 신라와 신세계도 최악의 경우 철수를 고려하면서 협상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벌써 2주 넘게 공항공사는 재협상에 나서려는 구체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어 면세업계는 난감해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인천공항공사가 각 면세점들에게 임대료 일괄 29.7% 감면안이 담긴 공문을 발송하면서 면세업계와 공항공사의 갈등은 증폭됐다. 

그동안 양자가 협상 테이블에서 만들어 온 이야기들을 무시한 처사라며 면세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그중에서도 롯데면세점은 공문이 접수된 후 인천공항공사의 입장을 확인했다고 보고 주류와 담배 매장을 뺀 나머지 3개 매장의 철수를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롯데면세점은 당시 "4개 사업권 중 주류·담배 사업권(DF3)를 제외하고 향수·화장품(DF), 피혁·패션(DF5), 탑승동 전품목(DF8) 등 3개 사업권을 반납키로 했다"며 "3월 중 인천공항공사로부터 해지 승인을 받으면 120일간 연장영업 후 철수하게 된다"고 밝혔다. 

롯데면세점은 그동안 사드 배치 전 임대료를 그대로 적용받아 왔기 때문에 적자가 누적되어 있어 사업을 더 이상 영위할 수 없다고 보고 매장 철수를 결정하기까지 하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면세업계의 가장 큰 어려움은 사드 배치로 인한 관광객 감소이지만 최근에는 항공편 분산 배치로 인한 매출 피해가 더욱 문제시되고 있다. 최근 제2터미널 개장으로 제1터미널 서편에 있던 국적기인 아시아나가 제1터미널 동편으로 옮기는 등 기존 제1터미널에 있던 항공편 분산 배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아시아나의 빈자리인 제1터미널 서편은 아메리칸 항공사 등 35개 외항사 및 사천항공 등 6개 중국항공사가 들어오게 됐다. 제2터미널에는 기존 동편에 있던 대한항공과 프랑스항공, 델타항공 등 4개 항공사가 이동해 채우게 된다.

면세업계가 지적하는 것은 국적기 이용객과 외항사 및 LCC 이용객의 구매력 차이다. 면세업계는 국적기 이용객의 구매력을 100으로 볼 때 중국항공사는 80, 외항사는 50, LCC는 40 수준의 구매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아시아나 대신 중국항공사, 외항사 및 LCC가 들어오게 되면 서편 매장에 있는 신세계와 신라의 경우 매출 하락폭이 클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이 있었던 동편 매장의 경우에도 아시아나로 바뀌면서 비슷하거나 약간의 매출 하락이 예상되는 데 비해 서편 매장의 매출 하락폭이 크다는 주장이다. 동편에 남아 있던 롯데면세점의 경우 이미 철수를 선언한 상태다.

면세업계는 임대료 재협상의 근거로 지난 2015년 2월 인천공항공사가 3기 면세점 사업자들과 계약할 당시 '구매력 차이에 따른 매출 증감 여부'를 포함한 특약을 맺었던 것을 제시하고 있다. 해당 특약은 현재 전망과 다른 많은 영업환경 변화가 있거나 여객 이전으로 인한 구매력 차이에 대한 매출 증감 등이 발생할 경우 사업자와 협의해 임대료 납부방식을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면세업계는 이 특약에 따라 서편의 경우 40% 인하안을, 동편 매장의 롯데면세점은 30% 인하안을 낮추는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 인천공항공사에서 일방적으로 일괄 임대료 인하라는 강수를 뒀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럼에도 13일 입장문을 보낸 이후 2주간 인천공항공사는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고 있다. 다만 추가 협의를 해 합의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하는 제스처로 약간은 입장을 선회했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면세업계와 추가 협의를 해서 합의점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방향이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기에 결과를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추가 협의에 대한 입장 자체는 열려 있다"고 말했다.

면세업계는 협상 가능성을 환영하면서도 매출 하락폭에 비해 인천공항공사가 제시한 현재 임대료 수준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입자인 우리로서는 매장을 빼느냐의 기로에 서서 공항공사의 공식입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 협상에서 제시한 인하안도 인천공항이 제시한 것이어서 일괄 인하안에 어리둥절했다"며 "지금까지는 입장이 변화한 것이 없는데 입장 표명을 기다려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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