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이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 화장품시장 1위를 LG생활건강에 뺏기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일부 제품에 중금속 검출 논란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 실적의 저조는 사드(고고도미사일체제) 사태로 한중관계가 얼어붙으면서 국내에 오는 중국인 관광객의 비중이 줄며 국내소비가 확연히 줄었기 때문이다. 화장품 중심으로 일원화한 포트폴리오와 면세점과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높은 의존도는 한중관계가 좋았을 때는 실적에 날개를 달았지만 한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실적 침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K-뷰티의 거두로 승승장구했던 아모레로서는 올해에는 자존심 회복을 위해 절치부심해 무언가를 보여줘야 할 때다. 올해 들어 아모레퍼시픽은 해외 공략을 다변화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아리따움과 에뛰드 컨실러와 커버크림, 아이브로우 제품 6종이 중금속 '안티몬'의 허용 기준치을 초과하며 제품 안전성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자체 개발한 제품이 아닌 화성코스메틱으로부터 납품받은 제품이었지만, 그래도 판매원으로서 제품 검증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은 뼈아픈 실수다. 세계적인 뷰티 브랜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면서 브랜드 제품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이 미비하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사과문 이외에 최근 낸 자료에서 아모레퍼시픽은 중금속 '안티몬'이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며 안티몬이 물이나 공기, 식품 등의 환경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물질이며 국제보건기구(WHO)에서 하루 섭취 가능한 안티몬의 양을 60kg 기준 360ug(1kg 기준 하루 6ug)까지 허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국내 화장품법에 따른 화장품에서의 허용 기준치는 10ug(10ppm)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된 제품들이 5g 미만의 화장품이므로 함유된 안티몬이 피부를 통해 인체에 흡수된다고 하더라도 1일 약 1.67ug이므로 WHO가 허용하는 1일 안티몬 기준치의 1/200 수준이라고 아모레퍼시픽은 강조했다.
물론 아모레퍼시픽이 불안에 떨고 있는 소비자를 위해 안티몬의 인체에 대한 영향을 설명하기 위해 낸 자료이긴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실상 화장품법의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는 데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제대로 뉘우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미 소비자업체들은 아모레의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위험성이 없다는 해명만 있고 가장 중요한 원인에 대한 분석이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아모레퍼시픽은 2년 전 메디안 치약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CMIT/MIT가 검출되면서 회수 소동을 거쳤고, 대표 브랜드였던 메디안을 새로운 브랜드인 플레시아로 교체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그런데도 제품 성분 논란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안전에 대한 불감증 때문일 것이다. 위기인데도 위기라는 생각을 가지지 못한 것일까.
아모레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위험 요소는 줄이고, 브랜드력을 끌어올려야 할 때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전진하기 위해서는 안전 요소를 더욱 강화하며 환골탈태해야 한다. 앞으로 제품 안전에 대한 신뢰를 못 한다면 고객들이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위기의식을 느끼고 기존에 납품받던 제품들과 자체 생산 제품에 대한 안전성 조사를 철저히 하여야 할 것이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