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을 PC에서 이용하게 되고 인기 PC온라인 게임들이 스마트폰 속으로 들어오면서 플랫폼 간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지난해 모바일 게임 시장 화두 중 하나는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장르의 강세다. 2016년 말 넷마블이 선보인 ‘리니지2 레볼루션’이 1개월 만에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시장을 흔들고 지난해 6월 출시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은 아직까지 구글 매출 1위를 지키고 있다.
리니지 시리즈 외에도 ‘액스’, ‘테라M’, ‘로열블러드’, ‘권력’, ‘검은사막 모바일’까지 다양한 MMORPG가 모바일 게임 시장의 성장과 함께 쏟아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추정치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지난해 4조8800억원 규모로 성장하며 처음으로 PC를 추월했고 매출 상위권 다수의 게임은 MMORPG 장르였다.
MMORPG는 여러 이용자가 오랜 기간 동안 캐릭터를 육성하는 장르 특성상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다양한 임무가 주어지고 이와 별개로 성장이나 장비 획득을 위한 던전 등 다양한 콘텐츠가 포함된다. 여기에 이용자 간 대전(PvP) 또는 협동(길드·파티·레이드) 등도 필수적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모바일 게임을 보다 큰 화면과 키보드·마우스 등 PC와 같은 환경에서 즐기고자 하는 수요가 늘었고 이를 만족시키는 ‘앱플레이어’ 시장도 함께 커졌다. 앱플레이어는 PC 운영체제(OS)에서 안드로이드와 같은 모바일 OS용 앱을 작동시켜 주는 시뮬레이터로 ‘녹스’, ‘블루스택’, ‘미뮤’, ‘모모’ 등이 있다.
이들 앱플레이어는 리니지 시리즈를 비롯해 최근 검은사막 모바일까지 기대를 모은 모바일 게임 출시에 맞춰 최적화와 마케팅을 거듭하며 경쟁하고 있다. 일반 게임 이용자뿐 아니라 인터넷 개인 방송 등의 활성화에 따라 모바일 게임 관련 콘텐츠 제작에도 자주 사용된다.
모바일 게임이 PC 환경에서 이용되는 사례는 또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갤럭시 S8’과 함께 처음 선보인 주변기기 ‘삼성 덱스’가 그것이다. 삼성전자는 넷마블과 협업을 통해 리니지2 레볼루션 앞세워 덱스를 홍보했고 올해는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을 활용했다.
덱스는 스마트폰과 결합을 통해 모니터와 키보드·마우스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주변기기로 올해 출시된 ‘갤럭시 S9’ 역시 덱스를 지원한다. 앱플레이어가 소프트웨어(SW) 차원의 ‘크로스 플랫폼’ 도구라면 덱스는 하드웨어(HW) 차원의 접근이다. 갤럭시 시리즈 이용자에 국한되지만 스마트폰으로 PC를 대체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이보다 더 ‘적극적인’ 크로스 플랫폼 사례가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언리얼’ 게임 엔진으로 유명한 미국 게임사 에픽게임즈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슈팅 게임 ‘포트나이트’를 모바일로 선보인 것이다.
포트나이트의 ‘배틀로얄’ 모드는 블루홀 산하 펍지주식회사가 선보인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와 유사한 방식의 게임으로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배틀로얄 슈팅 게임의 양대 인기작으로 꼽힌다.
배틀그라운드 역시 최근 텐센트와 공동 개발을 통해 모바일로 출시됐으나 포트나이트 모바일 버전의 경우 기존 PC·콘솔 게임과 연동되는 ‘크로스 플레이’라는 큰 차이점이 있다. 아직 iOS 버전으로 PC와의 연동까지만 우선 지원하지만 실제 게임 내 콘텐츠 구성부터 PC 버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지녔다.
포트나이트가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는 최초의 게임은 아니지만 주목을 받는 이유가 있다. 앞서 유명 모바일 게임 ‘마인크래프트’ 등이 크로스 플레이를 선보인 바 있지만 포트나이트의 경우 플랫폼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 슈팅 게임 장르라는 점 때문이다.
슈팅 게임은 실시간으로 상대를 겨누고 반응해야 하는 만큼 키보드와 마우스, 게임 패드, 터치스크린 등 조작 환경에 크게 좌우된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단순한 조작에 용이한 모바일 환경에서는 역동적인 플레이가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고품질 그래픽의 방대한 맵 구성은 모바일 기기의 성능 한계에도 부딪혔다.
에픽게임즈는 직접 게임 개발 엔진을 만드는 기술력으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들을 보여줬다. 그래픽 최적화를 통해 원활한 구동을 가능케 했을 뿐 아니라 조작 정밀도를 보정해주는 기능과 주변 소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효과 등으로 모바일 이용자가 상대적으로 불리한 부분을 상쇄하고자 했다.
아직 포트나이트 모바일 버전도 완전히 플랫폼의 경계를 허물지는 못했다. 다양한 최적화 시도에도 PC에 비해 조작이나 화면 인식에 물리적인 불리함이 남아있고 이에 따라 크로스 플레이 그룹을 구성하지 않는 한 기본적으로 모바일 이용자끼리 게임 매치가 이뤄지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에픽게임즈는 포트나이트 모바일을 선보이면서 “동일한 게임을 모든 플랫폼에서 지원하고, 콘솔 수준의 그래픽과 액션성을 구현하고, 언제 어디서나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의 미래를 보여줄 것”이라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국내의 경우 모바일 게임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해외에서는 PC, 콘솔 등 이용자 비중이 큰 상황”이라며 “인기 게임이 여러 플랫폼으로 나오면서 이용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