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로 주말만 밥을 해 먹는 김모 씨(32, 여)는 대형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채소를 큰 묶음 단위로 파는 것을 보고는 구매를 포기했다. 그러다 집앞 편의점에 들러 양파, 당근 등의 국거리 채소가 1000원 단위로 판매되는 걸 발견하고 바로 구매했다. 김씨는 "한 번 음식을 해 먹으려 채소를 많이 사면 유통기한도 짧은 채소는 모두 썩어 버린다"며 "이렇게 소포장으로 되어 있는 채소가 훨씬 활용하기 좋아 바로 구매했다"고 말했다.
한끼 채소와 한끼 과일 등 소포장 신선식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한 번에 먹을 신선식품을 구매하는 합리적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한끼 정육도 일부 매장에서 판매되는 등 그 범위가 확장되는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슈퍼마켓과 GS25는 고객들이 많이 찾는 대파, 양파, 고추, 마늘, 감자, 상추 등 채소 16종에 대해 1000원 또는 1500원의 가격으로 소포장하고 있다.
실제로 GS슈퍼마켓의 한끼채소 3월 초 2주간 매출은 출시 직후 2주 대비 68.7% 증가했고 지속적으로 매출이 늘고 있다. GS25도 주택가와 원룸 밀집지역 위주의 2000여 점포에서 한끼 채소를 판매하며 고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한끼 채소를 판매하고 있는 2000여 점포의 농산물 카테고리 매출은 2월 8일부터 3월 9일까지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도 CJ프레시웨이와 손잡고 소포장 채소를 강화하고 나섰다. 지난 3일부터 수도권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CJ프레시웨이가 공급하는 감자, 당근, 양파, 깻잎, 꽃상추, 깐마늘, 청양고추 등 10종을 1000원에 판매한다.
이외에도 CU는 농협을 통해 볶음밥용, 된장찌개용, 계란말이용 채소 등 바로 요리가 가능하도록 전처리 된 간편 채소 10종을 추가로 운영하고 델몬트와 함께 사과, 포도, 파인애플 등 조각 과일도 판매한다.
CU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채소의 매출은 2015년 9.8%, 2016년 12.7%, 2017년 19.9%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소포장된 채소를 편의점에서 사가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세븐일레븐도 소용량 과일에 대한 수요가 늘며 소용량 바나나(1입, 2입) 5종을 운영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올해 소용량 과일 매출은 전년 대비 67.5% 증가했는데, 바나나는 80.1% 매출이 오르며 전체 신장률을 상회했다.
정육도 소포장이 대세다. CU는 한우와 한돈을 판매하는 스마트 자판기를 삼송점 등 일부 매장에 시험적으로 도입, 300g가량의 소포장 정육을 판매하는 실험도 시작했다. 농협에서 인증받은 1등급 한우와 한돈 중 삼겹살, 목살, 앞다리살 등 가정집에서 수요가 많은 국거리, 구이, 불고기용 부위를 소포장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대한민국 모든 가구 중 1인가구(27.9%)와 2인가구(26.1%) 비중은 54%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인기 상품의 지형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신선식품을 많이 사 놓으면 버리는 경우가 많다 보니 먹을 만큼만 사서 그때그때 끼니를 해결하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최근 간편냉동식, 간편조리면 등의 인기와 더불어 신선식품도 소포장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편의점뿐 아니라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도 늘고 있다. 티몬은 슈퍼마트를 통해 신선식품을 선보인 이후 1년간 월 평균 매출 성장률이 31.5%에 이를 정도로 높다고 밝혔다.
신선식품 온라인 배달 서비스인 '마켓컬리', '만나박스', '삿갓유통', '식탁이있는삶' 등의 서비스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 업체들은 한 끼 먹을 만큼의 채소, 과일 등을 직배송해주며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식탁이있는삶은 최근 친환경 소포장 채소를 골라담아 구매할 수 있는 '그리닝' 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쌈채소부터 감자 무 당근 등 구근류, 양배추 파프리카 등 과채류, 상추 깻잎 시금치 등 엽채류 등을 주문 후 3시간 안에 식탁으로 배달하는 서비스다.
CU 관계자는 "1~2인 가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벌크 단위로 판매하는 상품보다 남아서 버리는 것이 없는 알뜰한 신선 식품에 대한 니즈가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