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로그인] ‘오버워치’, 피로감은 회복 가능할까

[게임 로그인] ‘오버워치’, 피로감은 회복 가능할까

기사승인 2018-03-31 05:00:00

‘리그오브레전드(LOL)’와 ‘오버워치’, 두 PC온라인 게임은 세계적으로 흥행을 거뒀다는 점 외에도 이용자 간 심각한 비방과 방해 행위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라이엇게임즈의 LOL은 5명씩 팀을 이뤄 상대방과 전장에서 싸우는 MOBA(멀티플레이어 온라인 배틀 아레나) 장르이고,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오버워치 역시 6명의 팀 단위 협력이 요구되는 FPS(1인칭 슈팅) 게임이다.

여러 이용자가 함께 즐기는 멀티플레이 게임 역사는 20여년이나 됐지만 협력 플레이가 핵심인 게임들이 주류로 떠오르면서 이용자들의 태도 문제도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각자의 역할이 강조되는 방식이면서 다양한 층의 이용자가 대거 몰린 데 따른 현상이다.

핵과 같은 불법 프로그램부터 욕설 등 ‘불량 이용자’ 문제는 멀티플레이 게임의 필연적인 해결 과제다. 게임사들은 이를 잡아내기 위한 신고 제도와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고의로 팀의 패배를 유도하는 등 그 행태가 다양해 대처가 쉽지 않다. 게임 이용자들은 이 같은 행위를 이른바 ‘트롤’이라 부른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5일 블리자드는 오버워치 ‘경쟁전’ 열 번째 시즌에 ‘팀으로 만나지 않기’ 기능을 추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용자가 직접 만나고 싶지 않은 상대방을 지정함으로써 보다 쾌적하게 플레이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오버워치 개발팀의 제프 카플란 디렉터는 “오버워치는 팀 기반 게임으로 다른 이들과 함께 이기고 지는 것이 재미 요소지만, 팀원으로 인해 좌절감을 겪고 이에 대응할 방법이 없는 상황도 발생한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능을 시즌 10에서 선보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이용자는 7일 동안 최대 2명을 지정해 피할 수 있다. 지정하면 상대편에서는 마주할 수 있어도 아군으로는 만나지 않게 된다. 7일이 지나면 이 리스트는 초기화 되고 같은 인물을 다시 지정할 수 있다. 지정을 해제하는 것도 언제든 가능하다.

이 기능은 불편은 초래하지만 욕설 등 신고 사유는 되지 않는 모호한 범주의 상황에 대한 대처가 될 수 있고 신고에 대한 조치가 이뤄지기 전 스스로 피할 수 있는 즉각적 조치로도 활용 가능하다. 트롤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오버워치는 2014년 출시 후 약 1개월 만에 PC방 점유율(게임트릭스 기준) 30%대를 기록하며 4년 동안 1위 자리를 지켜온 LOL을 밀어낸 게임이다. 하지만 2년여가 지난 지금 점유율 7%대로 떨어졌고 ‘배틀그라운드’와 LOL에 이어 3위에 머물고 있다.

세계 e스포츠 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이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고 유튜브·트위치 방송 등 2차 콘텐츠들이 쏟아지면서 오버워치의 인기는 LOL 만큼이나 오래 지속될 것처럼 보였지만 점차 트롤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용자가 늘었다. 여기에 지난해 새로운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이용자가 대량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반면 LOL의 경우 비교적 핵과 트롤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아직도 20%대의 점유율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16년 핵 관련 문제로 한 차례 타격을 입은 후 라이엇은 불법 이용과 트롤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대처해 왔다.

LOL에서 핵 사용, 욕설 등 비교적 명백한 불량 이용자는 접수된 신고에 따라 게임 이용 또는 채팅 이용 금지 조치가 이뤄지며 제재가 반복될수록 조치의 강도도 높아진다.

신고 시스템은 지난해부터 오버워치에도 도입됐지만 LOL은 각종 불량 이용자를 자동으로 잡아낼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더했다. 핵 감지부터 욕설 등을 구분하는 프로그램, 비정상적 플레이를 구별하는 프로그램 등을 각각 운영 중이다. 라이엇 측은 이를 통해 “(불량 이용이) 확실히 처벌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블리자드 역시 손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지난해 4월 각종 불량 행위 신고 시스템을 도입한 데 이어 7월 그 기준을 강화했고 8월 신고자에 이메일 피드백 안내, 10월 지속 제재 대상 경쟁전 영구정지, 12월 신고 대상 경고 등을 도입했다. 올해 1월에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과에 의뢰한 핵 개발·유포자 13명에 대한 사건이 검찰 송치됐다.

내용을 보면 이전까지 블리자드의 대응은 이용자 신고 시스템을 고도화 한 것이 주를 이룬다. 상대적으로 라이엇이 적극적인 대응을 해왔다는 평가가 가능하며, 이번에 블리자드가 도입하는 새 기능을 오버워치의 첫 차별화된 대응으로 볼 수 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새로운 시도인 만큼 효과가 기대되기도 한다.

다만 블리자드나 라이엇 양측 모두에게 트롤에 대한 대처가 간단하진 않다. 단지 플레이 스타일이 다른 경우를 트롤로 규정하기에는 기준이 모호하고 다른 이용자들에게 명백한 불편을 끼치지 않는 한 100% 제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욕설 등의 경우도 기록이 남는 문자 채팅창보다 최근 널리 이용되고 있는 음성 채팅에서 이뤄질 경우 기록이 보존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대응이 어렵다. 또한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시 되는 연령·성별 등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집단이기주의적 발언 등도 심심찮게 이뤄져 분위기를 훼손하고 있다.

게임사들은 멀티플레이라는 요소를 활용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상품’으로 내놓은 만큼 이를 훼손할 수 있는 문제 해결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반면 게임 이용자들은 즐기는 게임의 가치를 스스로 훼손하지 않도록 ‘문화’적 자각을 갖는 것이 즐거움을 오래 누릴 수 있는 방법이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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