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신세계가 각기 다른 온라인몰 구상을 펼치고 있다. 롯데는 외형을 그대로 둔 채 각 사별 온라인몰의 시스템 구성을 통일한다는 계획이고, 신세계는 온라인몰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롯데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엘롯데를 중심으로 계열사 온라인몰이 호환될 수 있도록 백오피스 통합에 나선다. 지난달 30일 롯데정보통신으로부터 플랫폼과 인프라 등 온라인 백오피스 사업을 101억원에 인수한 뒤 처음으로 하는 시도다.
엘롯데, 롯데마트몰, 롯데하이마트몰, 롯데아이몰(홈쇼핑), 롯데닷컴, 롯데슈퍼몰 등 6개의 브랜드는 놔둔 채 시스템 통합 작업부터 실시하는 것이다. 계열사 가운데 가장 자금 여력이 있고 대표 격인 엘롯데부터 시작하게 되었다는 전언이다. 엘롯데는 올 하반기에 자체 시스템을 완성해 각 계열사에 시범을 보일 예정이다.
롯데 관게자는 "온라인몰을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서는 비용도 시간도 많이 들어간다"며 "우선 엘롯데에 첫 번째 모듈을 적용해 보고 이를 다른 계열사로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그동안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바일 등 모든 쇼핑 채널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옴니채널을 모색해 왔다. 이를 위한 작업으로 엘롯데, 롯데아이몰, 롯데마트몰 등 5개 사이트의 완전 통합도 고려했으나 모듈부터 통합하는 방향으로 최종 방향을 정했다.
소비자가 찾는 온라인몰의 외형은 변화가 없지만 주문부터 배송, 결제 등 시스템을 일원화함으로써 언제라도 통합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놓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간대를 달리해 같은 물류 시스템을 이용하는 등 효율적인 방식으로 도모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엘포인트에서의 고객 데이터 관리도 각 온라인몰에서 통합되어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축적할 수 있고, 엘포인트 고객에게는 통합 서비스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현재로서는 쇼핑 사이트를 물리적으로 통합해도 큰 실익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온라인 시너지 자체는 필요하기에 소비자가 느끼지 못하더라도 백오피스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 놓고 언제든 필요할 때 적절한 방식으로 통합한다는 계산이다.
롯데쇼핑은 올해 1월 롯데쇼핑 홍보실도 통합해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드럭스토어) 등 각 부문별로 나뉘어 있던 홍보체계를 일원화한 바 있다. 부문이 통합된 홍보실에는 뉴미디어 업무도 합해 오프라인과 함께 온라인 업무도 한 번에 관장할 수 있도록 했다. 각 유통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던 비효율을 극복하고 효율적인 컨트롤타워를 세우자는 것이다.
다만 온라인몰의 당장의 통폐합은 하지 않고 언제든 통합할 수 있도록 밑그림만 그려놓는 것은 느슨한 형태의 통합을 지향하고 있다.
이는 신세계와는 다른 모습이다. 신세계는 현재 그룹 온라인 유통 통합 플랫폼인 SSG닷컴을 중심으로 온라인사업부를 통합할 계획이다. 이마트는 1조원의 투자를 받아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로 나뉘어 있는 온라인사업부를 물적분할 후 합병해 신설 법인을 추진한다.
현재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온라인몰은 신세계몰, 신세계백화점, 이마트몰, 트레이더스, 부츠, 신세계TV쇼핑, SI빌리지 등이 있다. 롯데의 느슨한 통합과는 달리 물리적이고 유기적인 통합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신세계그룹 내 이커머스 사업은 SSG닷컴으로 통합돼 있지만 대표 컨텐츠인 신세계몰과 이마트몰은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로 나뉘어져 있었다.
신세계그룹은 이커머스 법인 신설 후 5년 후인 2023년 현재의 5배 규모인 연간 매출 10조원을 달성해 그룹의 핵심 유통채널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투자 MOU를 맺은 2개 투자사와 본계약을 논의 중이며 투자유치 협약이 마무리되는 대로 법인 설립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목표는 올해 안에 신규 법인을 설립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