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비리를 감시해야할 방산업체 사외이사에 군 고위 출신, 정치권 보은인사 혹은 계열사 인사로 채워지면서 사외이사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19일 전자공시시스템에 각 방산업체들이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방산업체 사외이사들은 군 출신 핵심인사이거나 내부인사들도 채워졌다.
사외이사는 업무집행결정권 및 이사의 직무집행에 대한 감독권을 가지는 이사회의 구성원 중 한 명이다. 독립적인 위치에서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정책사항의 결정을 위한 조언을 하는 역할을 한다.
국내 최대 방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해 경남 사천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사외이사에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을 신규 선임했다. 육사 29기 출신인 김 전 장관은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합동참모본부 의장(대장)을 거쳐 2009~2010년 국방부 장관을 지낸 인사다.
KAI 3명의 사외이사 중 한 명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회장이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3월 임기 2년의 사외이사로 선임됐고 감사위원회 위원장도 맡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향 대표를 맡은 데다 2007년 대선캠프에서 상근 특보까지 지냈다. 최근에는 이 전 회장이 인사 청탁 대가로 이 전 대통령 측에 뭉칫돈을 건넨 정황이 포착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KAI 노동조합은 이 전 회장의 사외이사 자진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공·대함 유도무기 등을 주력 생산하는 (주)한화도 육군 11군단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등을 지낸 황의돈 전 육군 참모총장을 사외이사에 재선임했다. 황 전 총장은 2004~2005년 이라크 평화·재건 자이툰부대 사령탑을 지내며 중동 정세에 밝다. 연초 한화그룹은 한화시스템·디펜스 등 방산 계열사를 결집해 올해 무기 수입 1위 사우디아라비아 공략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3명의 사외이사 중 한 명인 김용구 사외이사는 전 (주)한화 대표이사였다. 내부인사가 다시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항공엔진과 시큐리티 부문을 담당한 한화테크윈(현 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지난해 3월 선임된 양태진 사외이사는 (주)한화 무역 영업총괄, 대표이사를 지낸바 있다.
사외이사가 총 5명인 LIG넥스원은 김성일 전 공군참모총장을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김 전 총장은 국방부 정보본부 본부장, 대한장애인체육회 회장 등을 지냈다.
지난달 김수명 의료법인 우리들의료재단 이사와 김흥걸 전 국가보훈처 차장을 신임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김흥걸 전 국가보훈처 차장은 부산 출신으로 경복고와 서울법대를 졸업하고 감사원 심의관, 산업환경감사국장, 감사교육원장, 제2사무차장 등을 역임했다. 김 전 차장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선거 캠프 자문단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 보은인사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방위산업의 특수성 때문에 무기체계 등 국가, 안보의 큰 틀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사외이사로 임명되면 좋은 점이 있다”며 “하지만 기업 경영의 투명성은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혜 기자 hey33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