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사드 보복을 당하던 '앓던 이' 중국 롯데마트를 부분적으로 묶은 매각이 처음 성사됐다. 그동안 적잖은 부담이 되어 왔던 중국 롯데마트의 매각 작업이 실시되면서 묵은 리스크를 떨쳐낼지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26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중국 롯데마트의 화북지역 매장 21곳을 중국 로컬 현지업체인 우마트(物美, wumei)에 넘기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매각 대금은 2485억원이다.
중국 롯데마트는 지난해 3월부터 1년이 넘는 시간 중국 정부의 압박으로 인해 대부분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며 직원 인건비와 임대료 등을 감당해오느라 그간 수천억원이 넘는 자금을 썼다. 2008년 마크로를 인수하면서 중국시장에 진출한 후 발생한 적자까지 모두 합하면 중국 롯데마트에 부은 금액만 총 2조원을 넘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는 지난해 3월에는 긴급자금 3600억원을 지원했고 8월에는 3400억원을 수혈했지만 분기당 500~6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지난해만 2300억원의 손실을 봤다. 중국 롯데마트 실적의 영향으로 롯데그룹의 지난해 해외사업 매출은 해외사업을 본격화한 2005년 이후 처음으로 역신장했다. 롯데마트 중국 홈페이지도 전면 중단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돈 먹는 하마'였던 중국 롯데마트 매각 소식이 알려지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롯데쇼핑 주식이 반등하는 등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처음 롯데는 중국 롯데마트의 철수에 부정적이었다. 한번 진입하기 자체가 어려운 중국시장의 특성상 자금이 들더라도 현 상태를 유지하며 버텨 보자는 생각이었다. 사드 보복 초기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에 중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이해합니다, 기다립니다' 표지판을 내걸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사드 조치가 일시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롯데 측의 처음 생각과는 다르게 중국 측은 영업정지 조치 6개월 이후 롯데 측의 영업정지 점포에 대한 재검사 요청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상황은 악화되기 시작했다. 적자 폭이 심각해졌지만 중국 정부의 입장은 굳건했다.
결국 롯데그룹은 지난해 9월경 골드만삭스를 통해 중국 롯데마트 매장을 팔고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매각을 결정했던 시점에서 매각 자체도 그리 쉽지는 않았다. 매각 작업을 신고제가 아니라 마치 허가제처럼 운영하는 중국 정부의 특수성 때문이다.
그동안에는 롯데마트에 영업정지 조치를 내린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인수자들이 선뜻 나서지 않았다. 매각 자체도 중국 당국으로부터의 까다로운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동안 여러 업체가 인수 의사를 밝혔지만 서류 검토에 그쳤고, 태국 CP그룹의 경우에는 막판에 협상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풀린 해빙무드로 중국 롯데마트가 겨우 출구 전략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양제츠 중국 외교 담당 정치국 위원이 막힌 중국인 관광을 다시 재개하겠다는 뉘앙스를 비추면서 중국의 압박이 다소 누그러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 롯데마트는 전체 110개점으로 마트99곳, 슈퍼가 11곳이다. 이중에서 이번에 매각 계약이 체결된 화북법인은 마트 11곳과 슈퍼 11곳 등 22개이며 이중 21개 점포가 팔렸다.
앞으로 남아 있는 점포도 쪼개어 팔 예정이다. 중경지역의 롯데 화중법인은 마트 6곳, 상해 지역의 화동법인은 마트 74곳, 심양 길림지역의 동북법인은 마트 8곳 등이 남아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태도 변화로 중국 로컬업체들이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며 "화중법인과 동북법인의 경우에도 잠재 매수자들과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