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그룹이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을 30.54%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면서 합산규제 일몰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2017년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 및 시장점유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방송법 제8조, IPTV(인터넷TV)법 제13조에 따라 특수관계자인 KT와 KT스카이라이프의 시장점유율 합산규제 저촉 여부 판단을 위해 실시됐다.
합산규제는 특정 사업자의 시장 지배를 막고자 2015년 국회가 3년 한시로 도입한 제도이다. 특정 사업자는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1을 넘지 못한다. 현재까지 KT와 KT스카이라이프가 규제를 받고 있으며 다음달 27일 일몰을 앞두고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총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3137만88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91만명 증가했다. 이 중 사업자별로는 KT가 633만9759명으로 시장점유율을 20.21%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SK브로드밴드가 13.65%, CJ헬로 13.10%, LG유플러스 10.8%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KT스카이라이프의 시장 점유율은 10.33%로 집계됐다. 이로써 특수관계자인 KT와 KT스카이라이프를 합산한 가입자 수는 957만9081명으로 시장점유율은 30.54%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0.09%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합산규제 상한선인 33.33%에 근접하게 나타났다.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의해 합산규제 일몰을 코앞에 두고 다시 이해관계자들 간의 의견 대립이 팽팽해질 것으로 보인다.
KT와 KT스카이라이프는 예정대로 합산규제가 일몰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경근 KT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합산규제는 시장경쟁을 제한하고 플랫폼 혁신 동력을 잃게 만든다”며 합산규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 역시 “그동안 합산규제로 인해 현장 영업시 규제 상한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심리적 압박을 받으며 위축된 경향이 있다”며 “조사 결과, 합산규제 상한에 못 미치는 점유율이 나왔기 때문에 예정대로 합산규제가 일몰되고 자유로운 시장경쟁하에서 공격적 투자와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경쟁 사업자 케이블 업계는 시장 독과점을 우려하며 합산규제 일몰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케이블 업계는 그렇지 않아도 위축된 상태인데, 현재는 상반기에 비해 KT계열의 시장점유율이 0.09%포인트 상승했지만 합산규제가 풀리면 이들이 영향력을 무한정 확장하며 시장 내에서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합산규제는 유료방송시장 독과점 사업자 출현을 방지하기 위해 유지되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남가언 기자 gana91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