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총수 부재 3개월..빈자리 메우는 비상경영

롯데, 총수 부재 3개월..빈자리 메우는 비상경영

계열사 상장, 롯데마트 중국법인 매각, 롯데쇼핑 온라인 강화 등 주요 현안 의사결정 빨라

기사승인 2018-05-18 09:08:18


롯데가 총수 부재 3개월에도 빠른 의사결정으로 대처하고 있다. 업계는 황각규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위원회가 제 몫을 해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최근 순환출자 해소와 롯데마트의 중국 철수, 롯데쇼핑의 온라인 통합 등 굵직한 현안을 차근차근 소화하고 있다. 총수가 부재한 비상경영체제에서도 롯데가 흔들림 없이 나아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신동빈 회장이 지난 2월 국정농단 관련 혐의로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고 구속된 후 롯데는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필두로 한 비상경영위원회를 꾸려 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신 회장의 오른팔인 황 부회장의 리더십으로 롯데가 힘든 상황 속에서도 제 궤도를 따라 흔들림 없이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지난해 개편한 4개 부문(비즈니스 유닛, BU) 체계가 확립돼 유통과 식품, 화학, 호텔·서비스 4개 부문의 부문장이 각 계열사를 책임지는 구조가 자리잡은 효과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총수 부재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체제를 공고화하고 과감한 사업 철수와 신사업 투자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지주회사 설립 이후 경영의 틀과 방향성이 갖춰진 듯하다"라며 "국정농단 사건 2심을 지켜봐야겠지만 롯데가 총수 부재 상황에서도 할 몫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는 지난 1월 신동빈 회장에 대한 국정농단 재판이 한창일 무렵 롯데GRS, 한국후지필름, 롯데상사 등 6개 비상장 계열사를 흡수 합병해 순환출자를 완전 해소하는 수순을 밟았다. 지난 10월 롯데지주를 출범시키며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하는 상황에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에는 롯데정보통신의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계열사 상장의 첫 발을 뗐다. 롯데정보통신의 상장은 롯데지주 출범 이후 자회사의 첫 번째 상장이다. 시장에서는 코리아세븐, 롯데GRS, 롯데호텔 등 주력회사의 상장을 점친 바 있다.

최근 행보는 더욱 거침없다. 손실을 눈덩이처럼 키워 왔던 롯데마트의 중국 철수도 결정했다. 사실상 중국 정부의 사드(THAAD) 보복으로 3개월간 87곳이 영업정지돼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던 롯데마트 매각을 가시화했다. 

롯데마트는 올해 들어 베이징 중심의 화북 지역 점포 21곳을 중국 유통기업 우마트에 매각하고, 상하이 중심의 화동지역 점포 50여곳을 중국 유통기업 리췬그룹에 매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베이징에 이어 상하이 지역 점포를 매각하고 나면 중국에 남은 롯데마트는 화중과 동북지방의 14개 점포에 불과하다. 롯데마트는 연내 이 점포 매각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입장이다. 

황각규 부회장이 롯데월드의 선양 사업장을 방문하고, 베트남 총리를 접견하는 등 신동빈 회장이 맡아 했던 역할을 이어 받아 물흐르듯 수행하며 해외사업 등에 대해서도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얼마 전에는 롯데쇼핑이 롯데닷컴을 전격 합병하면서 앞으로 그룹 차원에서 온라인 사업에 향후 5년간 3조원을 투자해 키우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롯데쇼핑은 지난 15일 현재 7조원 규모(3위)의 거래액을 현재 G마켓이나 11번가 등 1,2위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내놓았다. 롯데쇼핑이 1조5000억원, 롯데그룹이 1조5000억원을 투입해 3조원의 자금을 마련하고 외부에서의 투자도 열어 놓겠다는  전격적인 투자 발표다. 

앞으로 8개로 나뉘어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합해 통합몰을 만들고 고객에게 맞춤 마케팅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다. 오프라인 점포를 빠르게 온라인과 접합해 옴니채널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회장님과 충분히 사전에 공유됐던 상황"이라며 "그룹 내에서 비상경영위원회가 있어 협의체를 통해 자체적인 결정이 이뤄지고 있으며 경영에 단절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총수 부재에도 불구하고 신동빈 회장을 총수로 지정하며 총수 지위를 확고히 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등 주요 계열사에서도 사내이사에 재선임되며 부재 중에서도 건재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롯데그룹은 총수 부재 상황인 만큼 창립 51주년과 롯데월드타워 1주년은 상대적으로 조용히 지나갔다. 롯덱룹은 창립기념일에 황각규 부회장 주재로 열린 기념식을 간소하게 진행하는 등 조용한 기념식을 맞았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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