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시청에서 신태용 감독이 발표한 예비명단 중 의아함을 자아낸 건 이청용의 발탁이었다. 실제로 현장에서 가장 많은 질문 세례를 받은 것은 이청용의 엔트리 포함이다.
이청용이 뜨거운 감자가 된 이유는 소속팀에서의 출전시간 때문이다. 이청용은 크리스탈 팰리스 소속으로 7경기에 출전해 1슈팅(유효슈팅 0)을 기록한 게 전부다. 그야말로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 상황이다.
실전 감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신 감독의 말과는 분명 배치되는 선택이다. 그러나 신 감독은 쏟아지는 질문에 자신감 있게 말했다.
“이청용은 이번 시즌 경기에 많이 뛰진 못했지만 몸 상태가 좋다는 현지 조언이 있었다. 많은 팬들이 잘 알겠지만 이청용은 상당히 메리트가 있는 선수다. 두 번의 월드컵 경험이 있고 개인 스킬이 탁월하다. 형평성 논란을 떠나 우리가 어느 전술을 만들었을 때 꼭 필요한 선수라는 판단했기 때문에 ‘지켜보자’는 거였다.”
여기에서 ‘지켜보자’는 말은 아직 최종 결정이 이뤄진 건 아니란 이야기다. 신 감독 역시 마지막에 “이청용이 러시아에 간다, 안 간다를 지금 얘기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결국 다음 주 열리는 두 차례 평가전에서 이청용의 최종 엔트리 포함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건 이청용에 대한 신 감독의 신뢰가 특별하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0월 러시아, 모로코와의 평가전에서 이청용은 생소한 포지션을 소화했다. 만약 최종 엔트리에 합류한다면 이청용은 측면 앞, 뒤 어디든 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 감독이 내린 준엄한 특명에 이청용은 바짝 날이 서 있었다. 25일 NFC에서 만난 이청용은 “어려운 시기에 감독님께서 믿고 불러주신 만큼, 최선의 노력을 다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감독은 지난해 부임 이후 쭉 멀티 플레이어를 중용하고 있다. 고요한은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뿐 아니라 최근 소속팀에선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한 만능 플레이어다. 김민우 역시 몇 년간 윙백으로 뛰었으나 최근 대표팀에선 윙 포워드로 활용되고 있다. 김민우가 사간 도스(일본) 시절 윙 포워드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것을 신 감독은 놓치지 않았다. 김진수의 월드컵행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김민우는 그 공백을 메울 수도, 새 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이청용에 대한 신 감독의 기대도 비슷할 터다. 이청용의 커리어는 확실히 공격적인 포지션으로 무게추가 기운다. 그러나 신 감독은 새로운 미션을 건넸다. 이청용은 “지난해 10월 평가전에서 수비적인 부족함을 느꼈다. 거기에서 준비를 잘 해야 한다”고 복기했다. 이어 “어느 포지션에서 뛸지 모르겠지만 임무가 주어지면 100% 수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신 감독이 원하는 이청용의 또 다른 역할은 ‘경험’이다. 이청용은 현 대표팀 선수 중 유일하게 지난 두 차례 월드컵에서 모두 득점을 기록했다. 이제는 30대가 돼 월드컵 무대를 밟는 이청용은 “책임감이 막중하다. 대표팀이 전체적으로 어려진 만큼 선배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솔선수범이다. 이청용은 “경기장에서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선수들이 월드컵에서 즐겼으면 좋겠다. 즐겨야 활약이 나온다. 아무나 즐길 수 있는 게 아니라 준비된 자만이 즐길 수 있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지만 잘 준비를 하면 좋은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조언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