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를 장거리 운송할 때 어항에 메기를 한 마리 넣으면 미꾸라지들이 메기를 피해 다니느라 생기를 얻고 죽지 않는다. 이를 가리켜 ‘메기효과’라 부른다. 막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린다는 뜻이다. 잠잠했던 이동통신업계에 강력한 메기 한 마리가 등장했다.
KT는 지난달 30일 저가 요금 이용자들을 위한 ‘LTE베이직’을 출시했다. 월 3만3000원에 유무선 음성통화 및 문자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매월 기본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요금제다. 데이터를 다음 달로 이월하거나, 다음 달 데이터를 당겨쓰는 ‘밀당’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당초 이동통신3사는 고가 요금제 위주의 요금제 및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월 고가 요금제 고객을 겨냥한 ‘속도·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요금제’를 월정액 8만8000원에 출시했다. 이후 해당 요금제 고객을 위한 ‘U+프로야구’ ‘U+골프’ 등의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이며 적극적으로 완전 무제한 요금제 유치에 나섰다.
SK텔레콤은 차등 지급했던 멤버십 포인트를 전 고객에게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개편했으나, 이 역시 멤버십 서비스 혜택 증가에 불과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모두 저가 요금제에서는 이렇다 할 변화가 없었던 셈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KT가 내놓은 LTE베이직 요금제는 가히 충격적이다. 정부와 시민단체 등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저가요금제와 유사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대의 요금제로 음성통화 200분,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LTE베이직은 3만원대 요금제이지만 선택약정할인을 이용할 경우 월 2만원대(2만4750원)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선택약정할인이라는 조건이 붙지만 정부가 요구한 ‘월 2만원대’ 요금제를 최초로 실현한 것이다. 실제로 통신업계에 따르면 선택약정 할인율이 25%로 높아지면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입자의 90%가 선택약정할인을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고객이 선택약정할인을 고를 경우 KT 요금제는 음성통화량이 무제한이다. 음성통화가 200분 주어지는 보편요금제보다 경제적이다. 업계는 사실상 정부가 보편요금제 법제화를 강행할 명분이 사라졌다고 보고 있다.
KT가 2만원대 요금제(선택약정할인 적용 시)를 내놓으면서 선제 대응에 나선 만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됐다. 시장 파이가 정해져 있는 이동통신 업계 특성상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객 이탈을 막고 최대한 경쟁사 고객을 새로 유치해와야만 한다.
현재 타 이통사로의 이탈이 심화되고 있는 SK텔레콤으로서도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대응에 나서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동통신업계가 줄곧 주장해온 ‘자율경쟁 시장’에서 고객은 오랜 시간 기다려주지 않는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역시 더 늦기 전에 고객이 정말로 원하는 요금제를 선보여야 하지 않을까.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