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컬링경기연맹이 2012년부터 신세계에서 받은 후원금 72억원 중 경기복 지원사업 등을 명목으로 9억원을 허위 사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횡령·유용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쿠키뉴스가 입수한 ‘이마트·신세계 후원금 내역’에 따르면 신세계는 지난 7년간 72억원의 후원금을 컬링연맹에 지원했다. 해당 후원금의 지출 용도 중 문제가 되는 것은 ‘대표선수 경기복 및 훈련복 지원사업’과 ‘휠라코리아 훈련복 및 경기복 지원사업’ 명목으로 쓴 9억원이다.
컬링연맹은 2012년 9월부터 휠라코리아와 후원 협약을 맺고 무상으로 훈련복 및 경기복을 지원받았다. 지원 품목은 경기복, 훈련복, 가방, 신발, 런닝화 등이다. 협약 후 컬링 대표팀은 평창동계올림픽을 비롯한 각종 국제대회에서 휠라 경기복을 입고 뛰었다. 결국 컬링연맹이 ‘대표팀 경기복 및 훈련복 지원사업’으로 기재한 9억원은 허위인 셈이다.
휠라코리아 측은 연맹과 고액의 유상 거래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휠라코리아 관계자는 “(무상 후원 외에) 매년 조금씩 물품을 구매해간 건 있지만 9억원 상당의 거래를 주고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최고급 컬링 경기복은 티셔츠 15만원, 바지 20만원, 조끼 20만원, 재킷 30만원 선이다. 오프라인 쇼핑몰을 통해 확인한 최고가 제품 역시 15만원 안팎이었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뛴 컬링 국가대표는 12명이다. 컬링연맹에 등록된 올림픽팀(9명)과 청소년대표(9명)를 합산해도 30명 남짓이다. 지난 몇 년간 선발 인원이 바뀌고, 고가의 맞춤 제작이 이뤄진 점 등을 고려한다고 해도 9억원이 소요되는 건 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한 의류 유통업계 관계자는 “간혹 프로선수를 대상으로 맞춤 제작이 들어가지만, 저 액수(9억원)는 너무 터무니없다. 이 돈이면 전국 컬링 동호인에게 경기복과 훈련복을 나눠주고도 남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해당 의혹에 대해 컬링연맹 관계자는 “특별히 해명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