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되면서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가 사실상 무산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는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 김종민 정의당 후보는 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TV토론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종민 후보가 안 후보에 ‘김 후보와 단일화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안 후보는 “상관할 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는 김 후보와 안 후보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은 점이 단일화 가능성을 낮췄다고 평가했다. 두 후보는 지난 3일 회동을 가졌다. 김 후보는 ‘당대당 통합’을, 안 후보는 ‘무조건적인 양보’를 주장하면서 단일화 논의는 진척되지 못했다.
회동을 마친 김 후보는 “(안 후보의 요구는) 한마디로 사퇴하라고 종용하는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안 후보와 만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지금 시점에서 누가 박 후보를 이길 수 있는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후보는 “(안 후보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정치적 소신이 확실하다면 동지로 생각하고 같이 하겠다”고 말해, 야권 후보의 단일화 여부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안 후보가 출마 선언을 할 때부터 ‘야권 대표선수’를 강조하면서 사퇴하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론상으로는 오는 13일 본선거일 전까지 단일화를 추진할 수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성사 가능성 및 파급력은 현저히 낮아진 상태다. 사전투표를 통해 유권자의 선택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만일 성사되더라도 김 후보와 안 후보는 상당한 출혈을 감수해야만 한다.
과거 본투표를 앞두고 단일화가 이뤄진 사례가 있다. 지난 2010년 경기지사 선거에서 심상정 진보신당 후보가 유시민 국민참여당 후보와의 야권 단일화를 위해 투표일 전날 사퇴했다. 그러나 무효표가 18만표에 달하면서, 유 후보는 낙선했다. 투표용지가 이미 인쇄돼 ‘사퇴’라는 문구를 기재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 2013년부터 사전투표제까지 도입되면서 선거 목전 단일화의 의미는 더욱 사라진 상황이다.
김 후보와 안 후보는 서울시장 선거의 승패를 떠나, 지방선거 이후 ‘야권 재통합’을 위한 단일화에 나설 가능성이 남아있다. 다만 안 후보의 경우 당내 반발이 심할 것으로 예상돼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