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6·25 전쟁 68주년을 앞두고 경남 사천시 동지역(삼천포)의 여러 가지 상황을 다룬 책이 발간됐다.
정대우 전 경상남도 농업기술원장(78세)은 ‘10세 소년이 겪은 혼돈의 6·25 이야기’라는 부제를 붙인 ‘배고개의 슬픈 매화’(도서출판 화인, 219쪽)를 펴냈다.
이 책은 6·25 당시 10살 국민학생이 보고 들은 이야기를 수필과 소설·희곡 형식을 혼합하여 엮었다.
11개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는 이 책은 ‘지리산 빨치산 부대’, ‘장렬히 산화하다’, ‘인민군 특공대’, ‘청년들의 분노’, ‘시울을 당겨라’, ‘잔디가 죽어 있다’, ‘어머니의 금반지’, ‘담을 넘지 못했소’, ‘야산대장 김천식’, ‘경찰특공대’, ‘대한민국 만세’ 등이다.
필자의 집이 위치한 배고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잘 만든 한 편의 드라마나 영화를 연상시킨다.
인민군들이 필자의 집에 쳐들어와 보름 동안 묵은 이야기, 삼천포경찰서를 총공격했으나 정보누설로 실패한 이야기, 야산대장과 한 여성 야산대 간의 사랑 이야기, 마을 처녀와 인민군 사이의 슬픈 로맨스 등을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읽어낸다.
또한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인민군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필자의 아버지와 억울하게 야산대에 끌려가 죽임을 당한 큰아버지, 결혼 선물로 갖고 있던 금반지를 인민군에게 건네줌으로써 자식들을 지켜낸 어머니 등 필자의 가족사도 담겨 있다.
이와 함께 필자의 집 앞마당에 있던 당시 200년 훨씬 넘은 매화나무가 밑둥과 큰줄기만 남긴 채 모조리 잘려나가던 장면도 그려진다. 필자의 아버지에겐 큰 충격이었고 필자에게도 잊혀지지 않는 장면으로 각인되어 있다. 이 책의 제목이 ‘배고개의 슬픈 매화’인 것은 그런 까닭이다.
필자는 책 발간을 위해 자신의 어린시절 기억을 세밀하고 정확하게 되살려 냈을 뿐만 아니라 당시 경찰특공대원, 야산대원이었다가 전향한 경찰특공대원을 비롯해 전직 공무원, 교장, 시장, 의회의장 등 사천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16명으로부터 증언을 들었다.
필자는 “내가 자란 삼천포라는 작은 시골에서 일어났던 가슴 아픈 일들이기에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그대로 묻힐까 걱정되었다”면서 “이 작은 이야기가 같은 민족으로서 서로의 마음을 열어가는 데 작은 밀알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사천=이영호 기자 hoho@kukinews.com